복상사(腹上死)는 일반사(一般死)일까 아니면 재해사(災害死)일까. 복상사는 과다한 흥분이나 긴장, 초조, 격렬한 움직임 등이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들은 복상사를 양복(兩腹) 또는 구두(龜頭) 맞추다 죽었다고 희화화 한다. 하지만 이는 황홀한 황천길이므로 호상(好喪) 이며 쾌락사 또는 극락사라 하여 길사(吉事)로 친다.
서양에서도 교접사(coition death)라는 생물학적인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달콤사(sweet death)라 부른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배 위에서냐 또는 배에서 내려와 사고가 났느냐에 따라 마상풍(馬上風) 또는 마하풍(馬下風)으로 나누고 있어서 여성을 다소 비하하는 느낌이 있다.
최근에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나눈다는데 처음 만난 사람과 즐기다 복상사 하면 ‘객사(客死)’, 과부와 즐기다 복상사 하면 ‘과로사(過勞死)’, 애인과 즐기다 복상사 하면 ‘안락사(安樂死)’, 조강지처와 화락하다 복상사 하는 것을 ‘순직(殉職)’이라고 한단다.
불행하게도 조물주는 부부간의 경우 아내가 아주 예쁜 경우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혼외 정사 커플에서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사망한다. 드물게는 여자도 관계를 맺다 세상을 뜨는데, 요새는 '여성 상위시대'이므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남자가 복상사로 사망했을 경우에는 가족들이 시신을 잘 거두는데 비해 여자의 경우에는 주저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 부분 만큼은 아직도 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보험에서는 죽음을 일반사와 재해사로 구분한다. 재해사망 보험금이 통상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3배정도 많다. 어떤 상품은 30배나 많다. 대개 복상사의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을 이의 없이 수령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주장하여 소송으로 비화한 적이 있다. 원고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평소 건강하였는데 부부행위 도중 갑작스럽게 사망하였으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당해 하던 보험사는 해당 약관에서 ‘격동중의 과로 및 격심한 또는 반복적 운동’에 의한 사망은 재해사망에서 제외한다고 되어 있는 약관조항을 찾아내어 일반사망보험금 지급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결국 피고인 보험사의 주장이 수용되어 일반사망보험금 지급이 타당했던 것으로 결론지어 졌다.
그러나 만약 사망자가 만취상태에서 행위 후 죽었다면 이야기가 복잡해 진다. 죽음에 이른 근본적인 사망원인이 ‘급성 알코올 중독’ 으로 확인되고 그 중독이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비 의약용 물질의 중독 작용(T51~T65)에 해당되어 재해사망으로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잘 살고 2,3일 앓다가 죽는 '9988234' 구호 대신에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복상사로 죽는 '9988복상사' 구호가 유행이다.
복상사를 재해(災害)로 생각한다면 결코 유행할 수 없는 구호다. 그만큼 오래도록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왕이면 ‘순직’을 통해 가정의 화목이 사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꿈이 담긴 말인 듯 싶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