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우리금융 인수 추진에 은행권 우려 고조
KB·우리, 중복점포만 669개…1만명 구조조정設 무성
금융감독당국이 총자산 403조원에 이르는 우리금융지주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이른바 '메가뱅크'의 후폭풍으로 몰아칠 '메가톤급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전례로 봤을 때 대규모 메가뱅크를 추진할 경우 그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강력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곳이 바로 KB금융지주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밝힌 뒤 "우리금융 인수 후에도 중복점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정리해고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연 그의 공언대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현재 KB금융 산하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점포수가 1170개이며, 우리은행은 975개에 이른다.
또 은행 직원수만 비교해 볼 때 국민은행 2만1627명, 우리은행 1만6500명을 합쳐 총 3만8127명에 달한다. 올 1분기 현재 우리금융 전체 직원수는 2만6186명이다.
앞서 하나금융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했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점포수는 각각 653개, 357개로 100m 이내 중복점포수는 50여개 수준으로 KB와 우리은행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과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자산과 점포 규모에서 국내 1, 2위를 달리고 있으며 국내 중요 지역마다 이들 은행이 1~2개씩 포진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 따르면 500m 이내 중복 점포는 두 은행(국민은행 1170개, 우리은행 975개)의 총 점포수 2145개의 68%에 이르는 669개에 달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형 은행들의 합병 뒤 30% 선의 인력 구조조정이 항상 수반돼 왔다"며 "KB와 우리의 경우 중복점포가 과반수를 차지해 1만명이 넘는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형 시중은행들의 합병 이후 감축된 인력을 비교해 보면 30~40%의 인력 조정이 항상 수반됐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KB와 우리금융의 경우 1만명 이상의 인력조정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
실제 한일, 상업, 평화은행 등이 합쳐 탄생한 우리금융의 경우 6600명이 감소되며 31%의 인력조정이 이뤄졌다.
특히 우리은행의 전신을 이뤘던 한일과 상업은행의 합병 전후 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997년 합병 전 상업은행(8322명)과 한일은행(8910명)은 총 1만7232명이었지만, 2000년말 2차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인원은 9924명까지 줄었으며, 이에 7308명(42.4%)이 정든 은행을 떠나야 했다.
KB금융도 국민, 주택, 동남, 대동은행 등이 합쳐져 금융지주체제로 출범하는 과정에서 8290명이 줄며 전체 인력 대비 33%가 감소됐다.
신한금융의 경우도 매서운 구조조정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신한, 조흥, 동화, 충북, 강원, 제주 등이 합쳐져 탄생한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12월까지 3310명의 인력이 감소하며 31%의 인력이 빠져 나갔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300m 내 중복 점포가 49%에 이르고 500m를 기준으로 하면 70% 가까운 점포가 중복돼 있다"며 "두 은행은 비지니스 구조가 유사하고 인력과 점포가 중복돼 합병으로 인한 어떠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B금융은 16일 ING생명에 대한 본입찰 이후 예비입찰제안서 마감일이 오는 27일로 바짝 다가온 우리금융의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동계에 반발에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연내 무리하게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것 같다"며 "만일 합병이 이뤄진다고 해도 은행권 전체에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더 뱅커지 등의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세계 1000대 은행과 우리나 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에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72위, 74위에 올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