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3년 4월. 231명의 젊은이들이 국세청에 입사했다.
1981년 세무대학 개교와 함께 입학했던 1기 졸업생들이 8급특채로 입사한 것이다. 이들은 각 일선 세무서로 뿔뿔이 흩어져, 국세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세무대학이 폐교(2001년)되기 직전까지, 20년 가까이 세무대학 출신 인재들이 해마다 국세청에 입사해(5099명) 커다란 '공동체'를 형성,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바야흐로 세무대학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1983년 8급으로 시작한 세무대학 1기 졸업생들이 30년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끝에 고위직에 속속 오르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2, 3년 전부터 세무대학 출신들이 국세청 서기관 및 사무관 승진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리는 등 '숙성(熟成)'의 힘을 뿜어내고 있다.
□ 본청 국장 2명 배출…'쾌거' = 연이은 고위공무원 승진 및 전보인사를 통해 본청 국장(고위공무원)급에 세무대학 출신 간부 2명이 발탁되는 '쾌거'가 만들어졌다. 1기 졸업생인 김영기 국세청 재산세국장과 김재웅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이 그 주인공.
김영기 국장은 자타공인 세무대학 출신들의 리더로 꼽혀왔던 인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지난 2002년 서기관 반열에 올라선 김창훈 前홍천세무서장(퇴직)에 이어 2003년 국세청 소속으로 서기관으로 승진하는 등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동기생 김 前서장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 중도 이탈한 후 줄곧 국세청 세무대학 출신들의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왔다.
지난 2009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이후 국세청 과장급 보직 중 최고의 요직으로 꼽히는 국세청 운영지원과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세무대학 출신으로는 사상 첫 고위공무원 승진의 영광을 안았으며,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2일, 본청 국장(재산세국장)으로 발돋움했다.
김영기 국장과 동기생인 김재웅 전산정보관리관은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본 케이스.
승진 속도만 상대적으로 더뎠을 뿐, 그의 업무능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크고 작은 업무에 투입되어 생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매달려 '작품'을 만들어내는 등 일기계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지난 2005년 근로장려금 도입과 관련해 설치된 국세청 소득파악인프라추진단에 소속, 치아가 모두 망가져 엉덩이뼈를 깎아 치아를 재건하는 대수술을 받으면서도 주어진 업무를 말끔하게 처리해 낸 일화는 '전설'로 남아 있다.
부이사관 승진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편한 자리로 옮기지 못하고 차세대TIS시스템 구축단장으로 발탁돼 일했다. 2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주변을 철저히 단속하는 등 해당 업무가 잡음 없이 추진되도록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
□ 3번째 부이사관 탄생, '전성시대' 이어질 듯 = 지난 16일 단행된 국세청 부이사관 승진인사를 통해 정경석 국세청 심사1담당관이 3급 당상관의 반열에 올랐다. 정 담당관도 1983년 입사한 세무대학 1기 졸업생.
당초 김형환 국세청 조사2과장(세무대 2기)도 유력한 승진 후보자로 거론됐었지만,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김 과장이 승진을 했다면, 일거에 2명의 세무대 출신이 부이사관에 오르는 흔치 않은(?) 장면이 연출됐을 수도 있다.
2012년 7월 현재, 중도에 민간으로 유출된 인력을 제외하고 국세청에 남아있는 세무대학 출신 국세공무원은 대략 26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급(복수직 서기관 포함) 이상 간부는 31명. 인력풀 대비 4급 이상 간부 숫자가 아직까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 년 동안 세무대학 출신들이 '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업무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즐비한데다가, 시기적으로 볼 때 승진계단을 본격적으로 밟을 때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단행된 사무관 승진내정 인사(122명)에서 무려 64명의 세무대학 출신들이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승진자 명단에 드물게 이름을 올렸던 예년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 것.
서기관 승진인사 때도 세무대학 출신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총 30명이 승진한 지난 5월 서기관 승진인사에서 세무대학 출신 승진자는 9명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