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하면서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매일 같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유신 독재와 쿠데타, 헌정 질서를 짓밟은 독재자 등 여러 수식어로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하는 야당에 새누리당은 '저급한 공격'이라거나 '박근혜 공포증'으로 맞대응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공격은 잦아들 줄 몰랐지요. 날이 갈수록 공격은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입니다.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못한 것은 못한 것대로 평가하자는 말이지요.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16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과거에 했던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이 대표가 지난 2004년 "민주화 운동 때는 박 전 대통령의 한쪽 측면만을 보고 비판을 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박 전대통령의 경제발전의 공을 알게 됐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과를 제대로 따지는 것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잘한 것은 몇 점, 못한 것은 몇 점으로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과를 점수로 매길 수 있다면 잘한 것 몇 점에 못한 점수를 빼서 합산을 하면 그만인 일이겠지만 어디 사람 사는 일이 점수로 딱 떨어질까요? 시험 문제도 아니고 점수 매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우선 하는 쪽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크게 잘못한 독재자이지만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경제성장의 주역이라고 평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란 것입니다.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못한 것은 못한 것대로 딱딱 나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만약 지지리도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집안에 낯선 이가 찾아와 "밥은 먹여줄테니 당신 아들은 내가 데려가겠다"고 한 뒤, 아들을 데려가 고문하고 죽인다면 밥을 편하게 먹을 부모가 과연 있을까요?
밥을 먹여준다 한들 아들을 데려간 낯선 이에게 고마운 마음보다는 분노가 더할 것입니다. 사람을 죽였는데 경제를 살리던 아니던 무엇이 그리 중요할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과를 따진다면 우리는 감정을 가진 참으로 주관적인 동물이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 질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대화라는 공은 세웠지만 이를 위해 현금을 북한에 몰래 송금했습니다. 비판받아 마땅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돈을 몰래 보냈다고 해서 김 전 대통령을 맹비난하지 않습니다. 만약 국민들의 혈세를 훔쳐 보냈다고 해도 야당이 박 전 대통령에게 하는 비판만큼 여당이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할지 의문입니다.
결국 사람인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인류보편적 가치'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과 돈을 훔치는 것 중 사람들이 크게 반응하는 것은 '살인'입니다.
왜 우리는 같은 독재자인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독일의 히틀러를 다르게 느끼고 있을까요? 카이사르는 주변국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포용 정책을 썼지만 히틀러는 인류청소라는 대학살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다르게 기억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