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위 관계자 "매각상황 개선…시장에 돌려 주는 것"
정권말 우리금융 매각이 무리수가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MB정부에서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연내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신관에서 열린 '은행산업의 발전방향 및 우리금융의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 정책세미나에서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주 의원,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까지 나서 우리금융의 무리한 연내 매각을 우려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등 유력 대권주자들까지 나서 우리금융 매각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고 요구하지만 잔여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MB정부의 의지는 굳건하기만 하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중책을 맡고 있는 공적자금위원회의 한 관계자가 그 이유를 밝혔다.
김용범 공적자금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리금융은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며 현재 일부 지분 매각 등으로 5조6000억원이 회수된 상태다"며 "공적자금은 국민의 부담으로 구성됐으며, 우리금융은 민영화가 지연될 수록 경쟁력이 훼손된다"고 밝혔다.
그는 세미나에서 제기된 MB정부에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우리금융을 다시 시장에 돌려 주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예보채 상환기금으로 일반 국가재정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덧붙여 그는 "우리은행은 세계 70위권 은행으로 정부에 10년 이상 남아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지 않냐"며 반문했다.
김 사무국장은 세미나에서 제기된 KB금융과 산은금융지주에 의한 컨소시엄을 통해 3자 매각방식으로 우리금융이 매각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 많은 발표나 토론과정에서 시나리오나 확신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아무리 주장으로 하는 토론이지만 금도가 지켜지지 않은데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김 사무국장은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국민주방식의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국민주 방식은 현행 법령 하에서 집행하기 어렵다"며 "공적자금 극대화 원칙에 위배되며 타 공기업의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포항제철과 한국전력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포항제철이나 한국전력과는 달리 43%에 달하는 기존 일반주주가 있어 대규모 물량의 국민주가 주기적으로 나올 경우 주가 하락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금융은 지난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2번의 매각을 추진했는데 올해의 경우 매각상황 개선이 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연내 매각 추진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이 같은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문점은 남는다.
정부는 1998년부터 2001년 기간중 우리은행(구 상업, 한일, 한빛은행) 7조9058억원, 구 평화은행 8316억원, 경남은행 3528억원, 광주은행 4418억원, 구 우리종금 3조2343억원 등 총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이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공적자금 잔액은 7조1475억원이다.
지난 2007년 우리금융의 주가는 2만원을 넘어섰으나 20일 현재가로 1만75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 중 이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속한 민영화'가 동시에 훼손됐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민영화 원칙인 '금융산업 발전'도 시장에서 의심받기는 매한가지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690억원에 이르며, 공적자금 3528억원이 투입된 경남은행은 연간 영업이익이 700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경남은행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률 대비 배당금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내부 유보를 해 둘 정도로 튼실한 경영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지방 상공인들이 출자해 만든 지방은행을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지역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11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조속한 매각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금융산업 발전 또한 누구를 위한 발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