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 = 김용진 기자)
안철수 '선별적·보편적 복지의 전략적 조화'...증세에선 제일 왼쪽
대북 정책 "경제협력, 한반도 평화기조"..."북한 인권 발언 해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안 원장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정책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경제민주화의 축인 재벌개혁과 복지 및 증세, 남북관계 등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주자들과의 정책적 차별성과 유사점이 드러났다.
■ 경제민주화 - 朴 '증세-감세' 갈팡질팡, 文·安 '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법인세↑'
18대 대선 최대 아젠다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박 전 위원장과 안 원장,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 등 '빅3' 주자들 모두 경제민주화 '실현'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박 전 위원장은 '재벌 개혁'보다는 '공정 시장경쟁'에 기울어져 있다. 재벌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출자총액제 부활을 반대하고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서도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되, 신규 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안 원장과 문 상임고문은 '재벌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대선 출마선언식에서 순환출자에 대해 "현실성 감안할 때 기존 기업에는 맡기고 신규 출자에 대해서는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출총제 부활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안 원장은 "순환출자는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 출총제는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좀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내부거래와 편법상속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기업집단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원장은 책에서 '삼성동물원', 'LG동물원' 등의 표현으로 재벌들의 횡포를 지적했으며, 부당 내부거래와 편법 상속 증여 중소기업 기술 유출 등에 대해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산분리강화 등의 입법도 찬성했다.
문 상임고문의 재벌개혁은 안 원장과 대동소이하지만, 규제보다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일자리 중심의 '인적 성장'과 녹색에너지 기술 육성을 통한 '생태적 성장'을 추진 가치로 내세웠다. 또한 민주당 당론으로 정한 출총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문 고문은 박 전 위원장이 주장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 "신규분에 한해 금지하는 것은 재벌에 면죄부를 주고 면피하는 방안"이라는 입장으로, 전면적인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 복지 및 증세 – 朴 '생애주기별', 文 '강한 보편적 복지', 安 '선별·보편의 전략적 조화'
박 전 위원장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생애 주기에서 필요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선별적 복지'를 의미한다. 반면, 문 고문은 '강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내세웠다. 또한,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강령으로 정하고 있다.
한편, 안 원장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전략적인 조화'를 내세웠다. 안 원장은 책에서 "정의로운 복지국가 혹은 공정한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안은 공동체의 위기"라며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것이 보편적 복지의 정신"이라고 보편적 복지 확대에 긍정했다. 그러면서 "복지체제 전체를 뭉뚱그려서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로 나누기보다는 시대 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장점만을 채택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충은 민주당의 정책을, 대학등록금의 단계적 인하는 새누리당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증세 분야에 대해서는 안 원장이 가장 왼편에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출마선언에서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증세' 뜻을 밝혔지만 이후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는 "법인세는 가능하며 낮춰야 한다"고 해 '증세-감세' 사이에서 불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경우 참여정부의 정책인 법인세 21%로 돌아가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고 있다. 문 고문은 보편적 복지 추진에 따른 재원 마련에 대해 "복지재원의 충당을 위해 증세까지도 필요하다"며 "다만 그 증세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아무런 부담이 없는 증세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부자감세 철회, 고소득자의 소득세 상위구간 세율 인상,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제시했다.
안 원장은 복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책에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이 약 8~9%로 OECD 평균인 20%의 절반도 안 된다. 조세부담률도 우리나라는 GDP 의 20% 남짓"이라며 "복지지출위해 점진적으로 세금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햇다.
안 원장은 탈루되는 세금 없도록 ▲세무행정 강화 ▲탈세에 대한 징벌적 벌금제 ▲정치 문화적 노력 등을 내세웠다. 정치 문화적 노력에 대해서는 "국세청장을 정권의 목적에 이용하지 않고 양심적인 사람으로 인선해서 투명하게 세금을 걷는 풍토 만들고, 정직하게 내는 사람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 풍토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법인세율 자체는 OECD 평균과 비슷한데 실효세율이 매우 낮다"며 "단계적으로 접근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노력을 우선 기울이고 그 다음에 구간 조정을 검토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식양도차익과세,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금융거래세 도입 금융부문 세목 신설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 대북정책 - 朴 '유연한 상호주의' 文·安 '경제협력, 한반도 평화'...安 '북한인권 공개발언'
박 전 위원장의 대북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강경기조를 유연한 상호주의로 전환시킨 반면, 민주당과 안 원장은 '경제협력 강화'와 '한반도 평화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대북정책은 '퍼주기 근절'과 '유연한 상호주의'로 이명박 정부의 강경기조와 차별화를 꾀했다. 박 전 위원장 캠프에는 노무현 정부 후반기 외교안보팀을 이끌었던 윤병세 전 청와대 수석과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정책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역대 정권의 7·4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은 기본적으로 다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를 상호주의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남북정책 기조와 맥이 같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은 경제협력 강화와 한반도 평화기조에서 대체로 일치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도 같다. 안 원장은 책에서 '통일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기보다 '점진적인 과정'으로 보는 시각을 강조하며 금강산, 개성관광 확대를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북한 인권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남북협력을 진전시키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해 필요한 발언은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혀 민주당과 차이를 뒀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인권 문제는 남북경협과 식량지원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는, 실질적인 인권개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