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2분기 순이익이 1분기에 비해 34.4%나 떨어져 실망스런 수준의 실적을 나타냈다. 이 회사의 내실이 나빠질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25일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분기 매출액이 12조8590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 당기순이익 159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식 밝혔다.
이날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도현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급 사업본부장들은 2분기 매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속없는 실적이어서 그다지 밝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설명회 참석자들이 LG전자의 사업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하려해도 행사 주관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1시간이 채 안돼 서둘러 설명회를 끝냈다.
◆ …25일 오후 여의도 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LG전자 기업설명회에 5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몰려 2분기 실적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제품은 전 분기보다 많이 팔았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기업으로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영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자연 당기순이익도 기대 이하다. 2분기 순익은 1분기 2425억원에 비해 34.4%나 급감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LG전자로선 올해 돈을 더 벌어 만회를 해야 할 처지이지만 실적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25일 주가는 5만6100원으로 연중 최고치인 지난 3월 15일의 9만4300원에 비해 40.5% 폭락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국내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2월21일 LG전자 지분 8.32%인 1202만7528주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6월중 매각에 나서 보유지분을 6.16%로 낮췄다. 장내에서 194만 938주 내다 팔았다.
지난해 12월21일의 LG전자 주가는 7만6200원. 6월중 LG전자 주가는 고가 7만100원에서 저가 5만9600원 사이를 기록했다. 6월의 평균가격을 6만5650원이라 할 때 국민연금공단은 194만여주의 LG전자 주식을 지난해 말의 평가액보다 204억 7689만원이나 헐값에 처분했다.
그나마 25일 종가가 5만6100원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제 때 잘 판 셈이다. LG전자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휴대폰 사업 2분기 567억 적자 … 또다시 발목 잡아
2분기에도 휴대폰 사업이 LG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에서 지난 1분기에는 매출 2조4972억원에 영업이익 389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2분기에는 매출 2조3212억원에 영업이익은 56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7.0%의 소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나타내 휴대폰 사업이 한계선상을 넘나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도현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휴대폰 사업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정비를 감축하고 비용을 줄이는데 노력해 왔다”면서 “이제 비용이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휴대폰 사업부는 3분기와 4분기에 손익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내년에는 수익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휴대폰 사업부가 조기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 4월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휴대폰 사업부가 작년, 재작년 어려움을 겪으면서 움츠린 부분이 있지만 이제 스마트폰에서 상당한 경험을 축척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와는 사뭇 차이가 나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정 부사장은 당시 “2분기에는 신제품 출시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다만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수익이 다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휴대폰 사업이 ‘턴어라운드(흑자전환)’하여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2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자 머쓱해졌다. 증시에선 “휴대폰 부문의 적자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눈치다.
■ 에어콘 성수기 영업도 실속없는 장사
TV 등을 담당하는 HE 사업부는 2분기 매출액 5조4780억원, 영업이익 216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 5조3302억원에 비해서는 2.7% 늘었고 1분기 영업이익 2171억원에 비해서는 11억원(-0.5%)이 모자랐다.
가전사업을 맡고 있는 HA 사업부는 2분기 매출액 2조8753억원, 영업이익 1653억을 달성했다. 1분기 매출액 2조5357억원, 영업이익 1516억원을 비교할 때 각각 9.8%, 9.0% 개선된 실적이다.
◆ … LG전자 모델이 LG 시네마3D 스마트TV를 통해 태권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에어콘 사업 등을 담당하는 AE사업부는 성수기를 맞아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749억원과 7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출액은 1분기의 1조2179억원에 비해 21.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11억원에 비해 13.5% 줄어들었다.
■ 정도현 부사장 일문일답
정도현 부사장은 기업설명회 보고가 끝난 후 4명의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휴대폰 사업부의 흑자기조는 언제나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피처폰을 축소하고 스마트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다. 3분기나 4분기쯤에는 좀 더 좋은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통신사들이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감축할 가능성이 높은데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가?
= 2분기 이후 출시되는 신모델과 전략모델에 집중할 예정이다. 보조금 문제는 심각하지는 않게 생각한다.
▲ LG전자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이다. 영업이익을 내려면 적어도 시장점유율이 5%는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 선진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이머징 마켓은 3G중심으로 각각의 시장에 맞는 마케팅을 하겠다. 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는 시점은 현재로서는 확정할 수 없다.
▲ 올림픽 이후 TV 제품 수요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반기 TV 시장 전망은?
= 이번엔 올림픽 특수라는 게 없다. 선진시장은 LCD TV가 어느 정도 보급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머징 마켓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도 3D TV 마케팅에 집중할 생각이다.
▲ 하반기에는 애플 TV가 출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플 TV에 대비한 전략은?
= 적절한 대응을 위해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UI(소비자 인터페이스), UX(소비자 경험)를 강화하고 3D 컨텐츠를 확보하는 등 생태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