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 안에서는 물도 아무나 마실 수 없다는 것,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상임위 전체회의장 안에 물을 가지고 들어가려고 하면 경위가 제지를 합니다. 버리고 들어가든지 아니면 들어가지 못 한다고 엄포를 놓지요.
그래서 피감기관 공무원들과 국회 보좌진들은 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숨겨서 들어가면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것은 취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예외는 있습니다. 바로 면책 특권, 불체포 특권 등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님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물을 가지고 들어가서도 안 되고, 들어가서 물을 마셔서도 안 되지만 의원들 책상에는 물과 종이컵이 친절하게 놓여있습니다. 목이 마르면 준비해둔 물로 목을 축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물을 마시면 경위가 다가와서는 "여기서 물을 마시면 안됩니다"라고 곧바로 제지합니다. 목 마르는 것은 똑같은데 왜 의원은 되고 다른 사람은 안 되는 것인지 이상합니다.
이에 한 경위는 "의원들은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물을 마시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계속 드나들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합니다.
또 물을 제지하는 이유는 '경호상의 문제'라고 합니다. 혹시나 모를 테러의 위험 때문이란 것입니다.
그런데 국세청·관세청·통계청·조달청의 업무보고를 받던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에는 물을 마시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의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다들 대선 준비 때문에 바빠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오전 10시 회의를 시작할 때는 새누리당 나성린·이만우·이재영·이한성 의원 등과 민주통합당 김현미·설훈·이낙연·이인영·윤호중·최재성·홍종학·안민석 의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 속개할 때는 7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전체 기재위원이 25명인데도 말입니다.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 김태호 의원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선캠프에 들어간 대부분의 의원들도 나타나지 않았지요.
하지만 공무원들과 국회 보좌진들은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켰습니다. 물 마실 특권이 있는 의원님들이 자리를 비웠는데도 말이죠.
문득 '쇄신 국회'를 외치고 있는 여야 의원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특권을 포기하자며 세비도 반납하고 불체포 특권도 포기하자는 의원님들. 이러한 특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국정을 돌보겠다고 하는 의원님들이 상임위 회의장에 모두 참석,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 일까요?
다음번 상임위 회의가 자못 궁금해 지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