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신요금은 OECD 국가중 2위 수준으로 미국, 일본 보다 높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KT는 이렇게 높은 통신요금을 받아서 번 이익의 61%(최근3년 평균)를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는데 주주의 절반은 일본펀드 등 외국인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비싼 통신요금으로 돈을 벌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퍼주고 있는 셈이다.
KT는 이처럼 고액배당을 하느라 투자비와 연구비가 급격히 줄어 기업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LTE 시장에서는 LG에게 밀려 3위로 추락하는 신세가 됐다.
■ 세계 2위 통신비, 보이스통신도 제한... 소비자들 불만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신비 수준은 세계 2위다.
OECD가 발표한 국가별 ‘가처분소득 중 통신비 비중’을 살펴 보면 우리나라는 4.4%를 기록해 OECD 29개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1.4배, 미국보다는 1.8배로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이렇게 비싼 통신비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지난 7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로 부터 무선인터넷 음성서비스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았다. 카톡 등이 제공하는 무료 음성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소비자들은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불만이다. 문제는 이렇게 소비자 불만을 감수하고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 KT, 이익의 61% 주주에 배당... 삼성전자의 5.4배
KT는 지난 10년간 국내 대형 통신사 가운데에선 최고의 배당성향으로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며 주주이익을 우선시 했다.
KT가 최근 3년간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규모는 순이익의 60.6%로 이익의 절반이 넘는다.
2009년에는 순이익의 94%를 배당해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KT는 "구조조정으로 명퇴금 등 대규모 비용이 발생했으나 주주중시경영을 위하여 당초 예정된 배당을 지급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KT의 배당성향은 업계 1위로 자본유보율이 KT의 45배나 되는 SKT 보다 높다. 국내에서 최고로 돈 잘버는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11.2%의 5배가 넘는다.
■ 정부지분 외국인에 매각 후 배당 5배 ‘껑충’
2001년 KT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민영화를 단행했다. 이과정에서 정부는 KT지분을 2001~2002년에 걸쳐 외국인에게 매각했다.
정부의 지분을 사들인 외국인은 일본, 미국 등을 국적으로 가진 해외펀드로 경영성과 보다 배당 등 돈 버는 것이 목적인 투자펀드들이다.
정부는 당시 외국인들에게 주식을 매각하면서 “2005년까지 매출액대비 인건비와 투자비용을 15%로 감축하여 투자자에게 최대한 높은 이윤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KT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 약속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KT는 외국인에게 지분을 매각하기 이전 이익의 10%~20% 선을 배당해 왔다.
그러나 주식을 외국인에게 매각한 이듬해인 2003년부터 전년 보다 5배가 뛰어 오른 51%의 배당을 했고 이후 지금까지 매년 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 3월까지의 배당을 모두 합치면 4조7361억원이다. 이중 절반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건너갔다.
2011년 미국의 채권수익율이 3.9%, 일본이 1.2%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으로서는 이런 투자처를 또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KT가 주주이익을 위해 회사이익을 소진한 것은 ‘고액배당’ 뿐만이 아니다.
KT는 외국인에게 주식을 매각한 이후인 2002년부터 1주당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주식을 소각했다.
KT는 주가관리를 위해 이익잉여금을 털어서 2조3583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뒤 소각했다. KT가 지난 10년간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쓴 돈을 모두 합치면 7조원이 넘는다.
■ 민영화 이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 비중 ‘반토막’
통신산업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술변화가 일어나는 분야이다. 세계 모든 통신회사가 이러한 기술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KT는 외국인에게 주식을 매각한 이후부터 오히려 매출대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를 줄여왔다. 민영화 이전에 매출대비 25~30% 수준이었던 설비투자가 10%대로 축소됐다. 연구개발비도 매출액의 5~6%에서 2~3%로 반토막 났다.
LTE 개발이 늦어 LTE시장에서 LGU+에게 밀려 3위로 추락한 것이 우연이 아니란 것이 일정부분 설명되는 부분이다.
증권분석가들은 “기술발전속도가 빠른 IT기업의 경우 연구개발투자와 기술력 있는 기업 인수를 위해 자본축적이 절실하다”고 전제하고 “KT의 고배당 정책은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의 경우 통신사업의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위한 신사업발굴을 위해서도 꾸준히 자본력을 축적해야 할 처지이다.
KT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에 대한 별도의 우대정책은 없다"고 전제하고 "민영화가 추진된 2002년 이사회에서 주주중시경영의 일환으로 순이익의 50%이상을 주주에 환원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배당률은 해외 상장에 따라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배당성향과 회사의 현금흐름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라며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배당성향이 오히려 KT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KT 측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일본의 NTT도코모는 50.1%,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은 43%, 미국의 버라이즌이 232%, 영국 보다폰은 69.3%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소프트뱅크 처럼 기업의 미래를 대비하는 회사의 경우 줄곧 3~7%의 한자리수 배당정책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KT 관계자는 배당정책과 관련 "2011년말까지 10년간 순이익의 50% 수준을 배당하는 정책을 고수해왔으나 일회성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은 매년 최소 주당 2,0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KT의 이같은 배당방침은 매출과 이익이 감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배당성향을 더욱 높이는 결과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관계자는 "KT의 고배당은 민영화때 이뤄진 외국인과의 약속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라며 "회사경영상태가 어려워 지고 있는데 배당을 일정수준 그대로 유지한다면 회사는 이중부담을 지게 되어 기업체질을 약화시키고 주가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