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KT, 신성장사업 진출 성과는…'올레'?

KT의 신성장동력을 찾기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부터 올 4월까지 3년여의 기간 동안 총 34개사를 설립 또는 인수하여 계열로 편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사업확장을 꾀했다.

이는 포화 상태에 이른 통신사업 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이석채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의 KT격인 ‘BT(British Telecom)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한 통신서비스 사업을 넘어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BT를 배워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솔루션으로 기업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KT의 사업다각화 노력은  KT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초점을 잃고 방만하게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비경호, 광고대행, 자동차대여, 여신금융, 경영컨설팅분야 등 본업인 정보통신과 시너지효과나 경영효율화가 있을지 의심되는 부문까지 진출하고 있어 문제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김회재 애널리스트는 “KT가 확장한 비즈니스는 사업성이 있어 보이는 사업들은 모두 다 가져다 붙인 모습”이라고 평가하고  “분야가 매우 방대하고 회사별로 중복되는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KT의 비즈니스모델은 총 9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문어발 8개 보다 한 개 더 많은 분야로 비즈니스모델이 분산되어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석채 CEO 1기에서는 KT-KTF 합병, 아이폰 도입, 다양한 자회사 편입 등의 변화를 꾀했지만 회사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며 “비즈니스들 간의 시너지 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기(2012~2014년)에서는 산만한 비즈니스를 재정비하는 작업을 통해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T의 비즈니스모델 ROAD MAP(현재)

                                 자료 : 대신증권 리서치센타 (2012.07.13)

■ 삼성, 현대차 그룹 못지않은 계열사 보유

KT의 계열사 수는 국내굴지의 삼성,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 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지난 4월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T의 계열사는 50개사로 10년 전에 비해 41개사가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KT의 자산 규모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민영화한 포스코는 자산이 20조8350억원에서 80조6180억원으로 59조7830억원이나 증가해 큰 격차를 보였다.  

포스코는 같은 기간중 계열사가 65개 불어나 KT에 비해 더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게 되었지만 그에 걸맞게 자산 규모도 키웠다. 하지만 KT의 경우 늘어난 계열사 수에 비하면 자산을 불리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 인수는 성공작 평가

KT의 비효율적인 사업 확장에도 불구하고 KT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 인수는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2010년 4월 인수한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위성방송에 IPTV를 접목시킨 컨버전스 상품인 OTS(olleh tv skylife)를 개발하여 작년 신규가입자 75만명 중 43만명이 KT를 통해 유치됐다.

올해도 OTS 상품의 공동주택 영업을 강화해 신규가입자를 전 분기 대비 19% 증가한 19만명 유치했다. 월별로는 4월 5만5000명, 5월 6만1000명, 6월 7만5000명으로 갈수록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유지가입자 수는 2분기 말 기준 34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순증가입자 수는 전분기 대비 52% 증가한 12만 명이다.

신영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가입자 순증은 실적호전으로 이어져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8%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317억원과 12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8%, 86.4%씩 늘었다.

KT의 스카이라이프 인수는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미디어사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어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작년 11월 인수한 BC카드도 성공적인 사업다각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
 
BC카드의 경우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측정하기는 이르지만 향후 삶의 지형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하려는 통신사로서 금융과 통신 융합으로 국민 경제와 생활에 기여하면서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삼을 수 있게 됐다.

KT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모든 플라스틱 카드를 없애고 사용자와 가맹점이 스마트폰만 있다면 카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KT와 BC카드는 이와 관련 모바일 카드로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여 플라스틱카드를 없애고, 모든 카드사에 아무 제약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종이 전표도 없애는 ‘3무(無) 금융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BC카드 인수로 모바일 카드 도입 등 결제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와 가맹점 모두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IT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큰 방향이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비통신사업과 KT고유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신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KT는 올해 2분기까지 금융과 미디어 부문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가 4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KT스카이라이프가 1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한몫을 거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전체 계열사의 경영성적을 합쳐보면 그리 좋은 편이 못되어 숙제로 남아있다. 2011년도 46개 계열사의 매출액과 순이익을 합산해본 결과 이들 계열사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8%로 상장기업 평균 5.0%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46개 계열사 중 45.6% 인 21개사가 적자 상태다. 나머지 회사도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등 성공적인 회사를 제외하면 소규모 흑자가 대부분이다. 이중에도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기업이 스마트채널 외 3개사, 부채비율 1000%가 넘는 기업도 2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확장에 따른 '수업료'도 적지않게 치를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04년 KT가 야심차게 투자했던 포털 ‘파란닷컴’이 금년 7월31일부로 폐쇄되었고, VR 스크린 골프 사업의 철수, 2010년 뮤직시티미디어, 파란고양이의 파산 등 지난 3년간 약 14개사를 계열에서 제외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또한 2008년 4월 KT가 교육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70억원 넘게 투자했던 KT에듀아이가 4년만인 지난 4월 누적결손을 견디지 못해 겨우 7000만원 받고 한 개인에게 매각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KT관계자는 “시장의 성장 한계, 경쟁격화 등으로 한계를 보인 사업들은 추가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조정 했다”며 “유사한 사례를 막기 위해 전략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애널리스트들은 중복업종 계열사의 통폐합, 부실계열사들의 정리 등 보다 더 과감한 구조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 때문인지 KT는 지난 13일 통신부문의 조직을 일원화하고 비통신부문을 분할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유선과 무선으로 이원화 돼있던 조직과 편제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여 영업력을 강화하고 비용의 효율성을 높여 부진한 LTE시장을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비통신부문은 미디어콘텐츠, 위성, 부동산사업을 전담할 전문회사를 설립하여 책임경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