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표 1000억원 이상 14%→15% '↑'
내년부터 과표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이 기존 14%에서 15%로 1%p 오른다. 최저한세율이란 한해 법인이 내야하는 최소한의 세금 한도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높인다는 것은 그 만큼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액을 늘린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R&D 투자세액공제 등 대형 세금감면 제도 혜택이 일부 대기업들에게 편중되고 있어 세 부담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을 정부가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이 담긴 세법개정안의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기업 증세효과 법안, 임기 막판에 왜? = 현행법상 법인세율은 과표 구간에 따라 2억원 미만은 10%, 2∼200억원은 20%, 200억원 초과는 22% 등 3단계 세율구조를 가지고 있다.
법정 최고세율은 이처럼 최대 22%까지 정해진 상태지만, R&D 세액공제 등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에 따라 추후 세무조정 과정을 통해 개별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 실효세율은 이보다는 더 낮아지기 마련이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평균 18.3%였던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난 2010년 14.5%로 3.8%p 떨어졌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 들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당초 25%에서 22%로 낮춘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감세정책과 더불어 임시투자세액공제(現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R&D 세액공제 등 연간 조(兆) 단위를 넘어가는 대형 세금 감면제도 혜택이 특정 대기업에게 쏠려 왔다는 점.
이를 둘러싸고 공평과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 실질 증세효과, 미미할 듯 = 개정안을 통한 실질적인 증세효과는 연간 11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정부안이 적용되는 기업들은 대체로 전자, 통신 분야 등 그 동안 감세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받았던 대기업 계열사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당정 협의를 통한 정치적 산물로 평가된다.
이를 반증하듯 협의 과정에서도 적용대상 기업이 상당 폭 감소했다.
당초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과표 1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15%로 높이는 방안과 함께, 과표 200∼1000억원 구간 최저한세율도 12%로 지금보다 1%p 높이는 대신 과표 100∼200억원 구간 최저한세율은 1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세수증가분은 5년간 약 7800억원으로 이번 정부안(연간 1100억원)보다 더 높았다. 협의 과정에서 과표 100∼200억원 구간 최저한세율 감소(11%→10%)까지 철회된 점을 고려하면 당초 계획된 대기업 세부담 증가수준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과도한 혜택을 받는 일부 특정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을 막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전자분야 등을 제외한 주요 대기업들은 대체로 최저한세율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공시현황 분석자료 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상위 20개 대기업의 지난해 실효세율은 20.2%로 집계됐다.
개별기업별로도 현대차(19.2%), 포스코(21.6%), 삼성생명(21.2%) 등으로 이번에 상향 조정된 최저한세율 수준을 이미 초과하고 있다. 쉽게 말해 법을 바꿔 최저한세율을 높이더라도 재벌 대기업들의 상당수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인 셈.
실제로 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최저한세율 조정으로 과표 1000억원 이상 198개 대기업 가운데 세부담이 늘어난 기업은 21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정부의 감세기조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2012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 자리에서 대기업 최저한세율 조정 부분과 관련 "감세기조의 전면적인 수정이 아닌, 공평과세 확립 차원의 미세 조정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