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노린 포석(?), 과거보다 효과는 미미할 듯
지난 1995년 폐지됐던 근로자 비과세저축(이하 '재형저축')이 18년 만에 전격 부활된다.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장기 적립식 저축예금상품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해 중산층 가구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 된 201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 '재형저축' 이란? = 재형저축은 지난 1976년 도입된 뒤, 1995년 폐지될 때까지 파격적인 세제혜택으로 일반 근로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금융상품이다.
과거 10% 이상의 고금리 시대에서 단 한 푼의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엄청난 '특혜'가 부여됐기 때문에 '신입사원 1호 통장', '직장인 재테크 필수상품'으로 불리며 각광을 받았다.
보통 장기 적립식 예금의 복리구조 특성상 이자 증가분이 상당한데, 여기에 면세혜택이 부여되다보니 속칭 '이자가 이자를 낳는' 금융상품의 대표격이 됐다.
당시 지금보다 상당히 저축률이 높았던 이유 중에 하나로 거론될 만큼 재형저축 상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가계저축률은 20%대로 2010년(3.9%)보다 5∼6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비과세 혜택은 곧 정부의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일. 시중금리 초과분을 보전해 주던 정부는 점차적으로 재정여력이 부족해지자 지난 1995년, 도입 20여년 만에 재형저축 세제혜택을 전격 폐지했다.
□ '중산층' 타깃…표심 노린 포석(?) = 이번 재형저축 세제혜택 대상은 서민,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 및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에 한해 비과세 재형저축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재형저축 세제혜택은 비과세 근로소득 등을 고려할 때 연봉 5000만원 이하 대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며, 자영업자의 경우 연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뺀 연간 순수입 3500만원 이하라면 모두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적립식 저축상품에서 발생되는 이자·배당소득이 비과세 된다. 다만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해 비과세 납입한도는 연간 1200만원(분기별 300만원)으로 정해졌다.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기간은 만기 10년 이상 상품을 기본으로 하되, 만기 도래 시 1회에 한해 5년 이내 추가연장 할 수 있다. 15년 동안 최대 1억8000만원의 불입금액에 대한 이자소득을 세금 한 푼 없이 모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10년 이내 중도인출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면제됐던 이자소득세가 다시 추징되며 2015년 말까지 가입된 저축상품에 대해서만 세제혜택이 부여된다.
정부는 또 재형저축과 같은 소득조건인 근로자와 사업자를 대상으로 10년 이상 투자한 장기펀드에 대해 연간 24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 중산층을 조준한 세제혜택을 통해 표심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부는 "서민, 중산층의 장기저축과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저축률을 높이고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세제혜택 신설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 '저금리' 시대…파격 혜택은 어려울 듯 = 비과세 혜택이 다시 부활된 만큼, 재형저축 가입자들에게는 일부 감세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에 새롭게 신설되는 재형저축과 장기펀드 세제지원을 통해 총 2000억원의 세수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가 3%대로 내려간 저금리 시대인 만큼, 과거 10%대 고금리 시대에 얻었던 혜택에 비해서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이다.
대선을 노린 포퓰리즘(인기영합)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올 소지도 충분하다. 아울러 현재 재정여력이 과거보다 특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에 폐지된 정책카드를 재도입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