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성추행'
요즘 이 사건으로 여의도가 시끄럽습니다. 민주통합당 당직자와 한 언론매체 기자가 함께 같은 매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것인데요.
이를 공개한 새누리당과 이에 맞서는 민주통합당의 설전이 오가면서 정가는 싸움판이 돼 버렸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 사실을 공개한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에게 '2차 피해'를 우려하며 당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피해자가 사건의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이 사실을 공개해 피해자가 상처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 주치의였던 신 원내대변인은 "2차 피해가 무엇인지 아느냐"라며 "2차 피해는 그 사건이 떠올랐을 때 부정적·왜곡적 이미지가 함께 떠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당 모두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통합당의 주장처럼 사건이 확대된다면 해당 여기자가 더욱 큰 상처를 입게될 수 있습니다.
또 신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사건이 유야무야 묻혀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아픈 기억이 계속 떠오른다면 그것이야말로 2차 피해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 모두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해당 여기자의 '복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자가 상처를 얼마나 잘 극복하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벌써 국회에서는 해당 여기자가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2차 피해'를 운운하며 해당 기자를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여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부당한 상황에 대해 회사와 민주통합당에 문제 제기를 한 당당한 기자의 모습은 내버려두고 '피해자'라고 낙인찍어버렸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정말로 해당 여기자를 생각한다면 '2차 피해'를 운운하며 "피해자가 사건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징계를 요구한 여기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부터 먼저 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통합당이 사건은 은폐하려했다고 지적하기 전에 용기있게 문제를 제기한 해당 여기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어야 합니다.
길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때 그걸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만약 그것이 직장이었다면 더더욱 문제 제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당당하게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고 문제제기를 한 여기자의 행동은 성추행 혹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행동이 아닐까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계속 해당 여기자의 '2차 피해'를 운운하며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여성으로 만들어버린다면 그 여기자의 '복귀'는 더욱 어려워질지 모릅니다.
해당 여기자가 상처를 딛고 당당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지금은 '2차 피해'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