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창의' 빈번하게 등장…'선진국 진입·창의적 발상' 강조
"정치는 임기 있지만, 민생은 임기없다"…경제주체 협조 당부
위안부, '전시(戰時) 여성인권문제'…日 책임 촉구
취임 이후 매년 '녹색성장', '친서민 정책', '공정상회', '공생발전' 등 향후 국정 기조를 함축한 키워드를 제시해왔던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올해는 다소 밋밋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을 아우르는 비전의 제시 대신 '경제 위기 극복'과 '선두주자로서의 의식전환' 촉구를 골자로 삼은 메시지를 내놨다.
일본 과거사와 관련해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지난 10일 독도 방문 이후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던 기조에 비해서는 완화된 표현이었다. 남북관계나 정치 문제와 관해서도 언급을 최소화한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경제 위기 극복과 런던올림픽 등의 성과, G20 회의·핵안보 정상회의 등의 개최로 글로벌 리더십이 강화된 부분을 나열하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음을 확인했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인들의 투자와 노조의 협조, 정치권의 협력을 당부했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위해 국정의 최우선 전력을 쏟겠다"고 다짐하며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민생은 임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에는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당부하되,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할 의욕을 높여주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법안' 등 법적 강제를 경계하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갔다.
당초 알려진 대로 독도 영유권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 이후 연일 작심한 듯 일왕에 대한 '과거사 사과 요구' 발언 등을 쏟아냈으나,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공식적인 경축사에서는 이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전시(戰時) 여성인권문제'로 언급함으로서, 미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이 5주년을 맞고, UN 차원의 일본 압박이 구체화되는 등 국제사회의 지지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에 대한 언급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나, 비핵화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다면 대화와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년 경축사를 통해 '공생발전·공정사회'를 강조했지만,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의 해법에 대해서는, 마이스터고·특성화고의 육성과 고졸 취업 강화 등 기존의 정책 소개에 머물렀다.
성장이 있어야 복지와 일자리도 있다면서, 창의력 인프라와 지식산업 육성을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과학벨트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홍보하기도 했다.
문화 분야에 대한 언급은 다문화 사회에서 순혈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포용적인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선에서 그쳤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선주주자로서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코리아 루트'를 열어가야 한다"면서, '창의적 발상과 새로운 각오·의식전환'을 강조했다.
또 "정부는 일자리와 물가 등 당면 현안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학원폭력과 불법 사채, 성폭력 범죄 등을 근절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12월 대선을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하겠다"며 "임기 마지막까지 일하고 또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이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로 선진국에 진입한 지난 임기 동안의 성취를 회고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경축사를 위해 한달 전부터 원고를 만들어 수십차례 회의를 갖는 등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설 도중 박수는 지난해의 38차례보다 적은 27차례 나왔다. 연설문에는 '경제(18번)'와 '창의(7번)' 등의 단어가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