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열린인사', 주목받는 4가지 이유

'원샷인사', 3단계 인사시스템 등 세심한 배려 '눈길'

고졸 조기채용·단계별 로드맵 마련 등 새 패러다임 선뵈

장애인·다문화가정·지방대 등 취업문턱 대폭 낮춰  

IBK기업은행의 최근 고용·인사조치들은 파격을 넘어 은행권 전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줬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만큼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던 은행권 인사문화에 던져준 파장이 컸던 것. 

우선 기업은행이 창립 50년만에 올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1910명을, 하반기에는 1600여명의 임직원의 승진 및 이동인사를 하루만에 끝내는 이른바 '원샷인사'를 단행한 것은 파격적인 실험으로 통했다.

통상 10여일 걸리는 순차적 인사에 따른 영업 공백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복안에서 출발했지만 그만큼 정교하고 세심한 배려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불협화음이 발생할 소지가 컸기 때문.

또 기업은행은 특성화고 학생 조기 채용, 은행권 최초로 장애인 고용의무비율 달성, 다문화 가정 결혼이주민 채용 등으로 은행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이를 두고 기업은행은 조준희 은행장이 평소 강조해 온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열린 인사' 원칙을 계승·강화시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의 고용문턱을 낮춰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내부 인사에 있어서도 열심히 일을 한다면 그만큼의 대우를 해줘 누구나 은행장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는 것.

조세일보는 금융권에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행의 '열린인사 시스템'의 4가지 체크포인트를 짚어 봤다. 

■원샷인사, '규모'보다 '내용'을 보라 = 기업은행의 '원샷인사'가 금융권에서 주목을 받았던 데는 전 직원의 약 20%에 달하는 임직원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하루에 끝냈다는 것보다는 불협화음 없이 순탄하게 인사를 마무리했다는 점에 있다. 

사실 기업은행의 '원샷인사'는 즉흥적인 시도가 아니었다. 조준희 은행장이 인사담당 부행장을 지냈던 지난 2007년부터 공을 들여 밑그림을 그려 왔기에 가능한 '준비된 시스템'이었다.

현재 인사부문을 이끌고 있는 박진욱 경영지원본부 부행장과 임대현 인사부장이 당시 각각 부장과 팀장으로서 조 은행장을 보필하며 공 들여 만든 것이 바로 '3단계 인사시스템'이다.

본점 인사팀이 15개 지역본부 팀장들과 1차 실무자 회의를 갖고 직원들을 평가한 뒤 2차로 지역본부장들과 15차례에 걸쳐 난상토론을 벌인 뒤 마지막으로 은행장이 직접 참여하는 인사교류회의를 통해 인사를 확정하는 것.

'원샷인사'는 인사기간을 단축해 불필요한 영업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1만여명의 직원들을 현미경처럼 보고 판단해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을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적잖이 있었다.   

하지만 3단계로 이뤄지는 현미경 인사시스템은 직원들의 우려를 세심한 배려로 돌려 줬다.

예를 들면 여직원의 이동시 결혼을 했는지, 아기가 있으면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모시는 부모님은 있는지, 앓고 있는 병은 있는지 등 소소한 부분들이 인사과정에서 고려되고 최대한 그에 맞춰 발령내는 점포가 틀려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기업은행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선보인 '실시간 인사이동 검증시스템'은 더욱 촘촘하고 세밀한 인사를 가능케 해 줬다.

이 시스템은 해당 직원의 출신지역, 학교, 남녀성별 등 쏠림이 발생하거나 조만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직원 등 조건을 입력해 놓으면 실시간으로 검증해 한 명이라도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이동이 불가한 직원'이라는 메시지가 뜨도록 개발한 첨단 시스템이다.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원샷인사는 직원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CEO의 빠른 의사결정과 갈고 닦아 만들어 놓은 인사 프로세스가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파격인사? 직원들 땀 읽은 결과 = 운전기사 출신 최초 지점장, 청원경찰 출신 첫 4급 승진자 등 기업은행의 정기인사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기업은행 직원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반응. 직원들의 땀을 읽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상반기와 하반기 파격인사의 수혜를 입은 이철희 지점장(사진 왼쪽)은 지난 1983년 별정직 운전기사 출신으로 입행해 90년에는 배관공으로 직무가 변경된 뒤 98년 5급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인물.

그는 상반기 4급차장에서 3급 부지점장으로 승진을 한 이후 하반기 인사에서 또다시 지점장으로 격상되는 파격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그는 증권펀드, 부동산펀드, 파생펀드 등 금융자격증을 9종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신당동 출장소 부임 6개월 기간 동안 출장소 수신기반을 500억원대로 끌어 올리며 일반 지점 못지 않은 성적을 냈다. 

청원경찰 출신의 김용술 과장 역시 열정으로 신화를 쓴 인물이다.

그는 86년 청원경찰로 입행해 21년8개월을 근무한 뒤 지난 2007년 9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김 과장은 올해에만 신규고객왕을 4회 연속 수상하는 등 총 5회 신규고객왕을 차지했다. 그가 유치한 신규고객만 4987명에 달했다. 

조 은행장은 최근 신입행원들에게 "운전기사, 청경 출신 등 모두가 은행장의 꿈을 꿀 수 있다"며 '능력과 역량 중심의 인사'를 강조한 바 있다.

■고졸채용 패러다임 바꿨다 = 기업은행은 은행권에 고졸채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파한 은행으로 손꼽힌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 은행권 처음으로 특성화고 67명을 채용하며 고졸 채용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선도한 바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110명을 채용했다.

올해 고졸채용의 특징은 조기채용이다. 여타 은행과는 달리 연초에 미리 뽑아서 지점 배치 전에 예비금융인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실제 기업은행은 고졸 행원들이 은행과 사회에 조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성장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하고, 야간대학 등 학문의 꿈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영업점 우수선배를 1명씩 업무멘토로 지정해 업무지식과 고객응대, 직장예절 등을 전수하고 멘토지점을 정해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졸 행원들에 대한 교육은 업무적인 부분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장애인 목욕봉사나 무지개 밥차 배식 등 일일 봉사활동을 실시토록 하고 도산서원 선비문화체험 등을 통해 금융인으로서 사회적 성품을 다질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이들 신입 고졸 행원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IBK특성화고 신입회원' 카페를 운영중인데, 이 카페에서 다양한 정보들이 오가며 친밀도를 높여 주고 있다는 것이 기업은행 관계자의 귀띔이다.  

■CEO 의지로 은행 취업 문턱 낮춰 = 기업은행이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취업 문턱을 낮춘 것은 은행권은 물론 전체 금융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말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2.53%를 기록하며 은행권에서는 유일무이하게 법으로 정한 의무고용률(2.5%)을 초과 달성했다.

대부분 은행들이 장애인 고용률이 1%대에 머물며 수억원대의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상당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못하고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7억2000만원의 부담을 납부해 질타를 받은 뼈아픈 과거가 있다.

조 은행장은 그해 12월 취임 이후 첫번째로 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장애인 고용을 꼽으며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충족하지 못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장애인을 채용하기 전부터 이들이 편히 접근할 수 있는 사무지원, 도서관리, 헬프데스크, 전화상담원 등의 업무를 개발한 후 장애인고용공단에 채용공고를 내는 등 1년 내내 상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한번은 한쪽 눈이 불편해 의안을 한 여직원을 창구에 배치하느냐 문제를 놓고 인사부서에서 고민을 하자 조 은행장이 "밝고 환하게 웃는데 의안 하나 가지고 무슨 장애인이라고 하냐"며 질책을 한 에피소드는 사내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12명을 공개채용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여 줬으며, 지방지역할당제를 통해 지방대 등 평균 80개가 넘는 대학에서 다양한 인재를 뽑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열린인사'를 강조하는 기업은행에서 선호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인사담당 임원인 박진욱 부행장은 "열정과 창의성, 도전의식, 소통을 중요시하는 IBK기업은행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친화력도 있어야 한다"고 귀뜸했다.

덧붙여 그는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은 생물처럼 변하게 마련이며 공부를 안 했어도 와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은행에 지원할때는 열정과 주인의식을 갖고 금융이라는 서비스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