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무거운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고급 스포츠카를 매매 시장에 내놓는 이탈리아인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현지시간) 주요외신이 보도했다.
고급 스포츠카, 호화 요트 등에 대한 이탈리아 세무당국의 단속이 날로 심해지면서 람보르기니, 페라리와 같은 '수퍼카'들이 수출업자들에게 넘어가는 사례가 지난 5개월 사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과감한 긴축정책을 시행하면서 고급승용차, 호화 요트, 항공기 등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 결과 람보르기니 승용차 1대 세금이 1800유로에서 8400유로까지 껑충 상승했다.
밀라노 기술 경영 스쿨의 길리아노 노치 교수는 "이탈리아는 한때 수퍼카들이 집결지로 유명했으나 그 명성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면서 "현재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우려했다.
몬티 총리가 지난해 말 부임 후 2조유로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통제하기 위해 탈세를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혹독한 긴축정책을 이어가고 있으나 먹구름이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는 2년 연속 위축상태인데다 실업률은 13년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소비지수와 산업생산 지수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페라리, 마세라티, 피아트와 같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들은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 '수퍼 럭셔리 자동차'들의 판매가 5년전에 비해 4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피아트는 작년 시실리 공장 폐쇄에 이어 올해 또 다른 지역 공장 폐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겨울 이탈리아 세무조사국은 부유층들의 럭셔리 겨울 스포츠 리조트에 주차된 고급차 251대의 소유주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최근에는 여름을 맞아 해변도시에 정박해 있는 호화 요트에 대해서도 탈세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세무당국의 지나친 단속이 부자들과 기업들의 이탈리아 '엑소더스(Exodus)를' 부추겨 궁극적으로는 세수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