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스오일(S-OIL) 등 국내 대형정유사와 관세청 간 '할당관세' 적용을 둘러싸고 줄다리기가 한창입니다.
원인은 원유를 정제하고 나서 발생하는 폐가스에도 할당관세 혜택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정유업계와 관세당국 간의 의견 차이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할당관세는 수입품의 국내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수입품 가격과 수량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
정부가 정한 일정 수량이 수입될 때까지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일정 수량을 초과해 수입될 때는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이지요.
현재 정제되지 않은 가솔린인 '나프타' 제조용 원유는 수입 시 일정 물량에 대해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세가 0%로 관세를 전혀 내지 않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입한 원유를 정제하고 나서 발생하는 '폐가스'입니다.
지난 2008년 감사원이 이 폐가스 중 일부를 '부산물'로 판단해 이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부산물의 경우 폐기되는 물질과는 달리 경제적인 효용가치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세를 적용하는 게 적당하다는 이유였죠.
이에 관세당국도 정유사의 부산물에 대해 할당관세가 아닌 일반 관세를 적용해 정유사들에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즉 이들 부산물에 일반 관세인 3~5%의 관세가 적용돼 업체들은 이를 고스란히 물어야 하게 된 것이지요.
정유업계는 이에 불복, 감사원에 이 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심사청구를 제기했고 감사원은 이 같은 청구가 옳지 않다는 취지로 지난 6월 업체들의 심사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정유업계에서 이번에는 서울행정법원에 관세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지요.
정유업계에서 환급을 주장한 세금은 4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관세 환급 요건을 명확하게 충족할 경우에만 환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관세를 내고 물건을 수입했다가 다시 수출할 경우 이미 납부한 관세는 환급을 해주는데 만일 그 물품에서 나온 찌꺼기를 이용해 수익을 얻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제를 해 환급해주지 않는다는 논리.
관세청 관계자는 "할당관세 역시 환급과 비슷한 일종의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익 발생 등 경제적인 가치가 있을 경우 당연히 할당관세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번 소송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조세심판원과 동격의 판결 기관인 감사원으로부터 기각 처분을 받은 정유 업체들의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조세심판원에서 폐소하면 행정소송을 하는 것이 관례이고 로펌에서도 업체들을 부추켜 특별한 논리 없이 소송을 내는 경우마저 있다는 겁니다.
어찌됐든 정유 업체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폐기되던 가스를 재활용할 수 있게 개발해 활용한 것인데 오히려 이를 할당관세 혜택에서 제외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섭섭한 모습입니다.
여러 가지 일들로 말이 많았던 할당관세.
이번에는 소송에 휘말린 할당관세 적용 여부가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 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