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치 않은 세수상황…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엄정한 세무조사 행정, 성실납세자 우대할 것"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초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된 조현관 청장은 '소박하게 절제된 여백(餘白)의 미가 느껴지는 조선시대 선비스타일'의 인물이다.
새로운 임지에서 50여일 정도를 보낸 그는 "매일같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세수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수도 서울의 광대한 세원(稅源)을 관리하는 서울국세청장인 그로서는 올해 세수상황이 특히 녹록치 않다는 측면에서 고민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
지방청 관계자에 따르면 조 청장은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국세공무원으로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어온 베테랑 답게 상시 세수관리체계를 구축해 세수상황을 실시간 점검하면서, 세원관리강화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사후검증을 벼르는 등 나름의 대책을 세워둔 듯 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일 잘 하는 국세청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서울국세청의 우수한 직원들과 합심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며 업무점검에 여념이 없는 조 청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삶의 발자취는 물론 주요 업무현안에 대한 그의 철학과 소신이 무엇인지 조명해 봤다.
[대담 : 황춘섭 대표이사, 정리 : 김진영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 '공직자' 꿈꾸던 시골 청년, 최고 직위에 오르다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한 뒤 영남대학교에 입학한 조 청장은 당시 공부 좀 한다는 지방 청년들처럼 공직자의 꿈을 키웠다.
"고교, 대학시절 공부를 그렇게 잘했던 것은 아니다. 그럭저럭 남들 하는 만큼은 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행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조 청장은 "당시 학교에서 행정고시 1차에 합격하면 등록금을 절반 면제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 이후 이 장학금 받고 공부했고 4학년 때 행시 2차에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120여명 가량만 뽑았던 행정고시 25회의 좁디좁은 관문을 뚫어낸 조 청장은 1982년 서대구세무서에서 1년 수습을 마친 뒤 이듬해 3월 사무관으로 정식 임관, 학창시절부터 바래왔던 공직자의 꿈을 이루어 냈다. 첫 발령지는 대구세무서 총무과장이었다.
1988년 8월 사무관급 인사교류를 통해 재무부 세제국(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으로 전출, 2년 남짓을 보냈다. 당시 김진표·이용섭(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등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근무하며 업무 측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조 청장은 설명했다.
당시 야근도 밥먹듯이 했다는 그는 특히 세제국에 근무할 당시 조세정책과장으로 있었던 서경석 현 GS 대표이사 부회장으로부터 '페이퍼 워크'를 잘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국세청 전입 이후에는 박래훈(현 세무사), 이재만(현 세무사·前대전지방국세청장) 등 기라성 같은 국세청 선배 공직자들과 근무하며 넓은 시각에서 세정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던 것과 관련, "선배들로터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회고했다.
조 청장이 30년 가까이 국세청에 근무하며 남겨 놓은 족적(足跡)은 뚜렷하다.
국세청 사무관 시절 법무과에 근무하면서 각 국실에 흩어져 있던 소송업무를 한 데 끌어 모으는 '송무과' 개편 작업을 도맡아 했고, 그 결과 국세청 소송업무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세청 납세자보호과장 재직시절에는 대표적 모범납세자 우대 정책의 하나로 자리잡은 '고액납세의 탑' 제도를 도입했으며, 감사담당관 시절엔 세무사 시험 오류사태 조기 수습과 함께 국세행정 전반을 속속 들여다보며 업무개선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공로들을 인정받아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이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대구국세청 조사2국장으로 근무하다 고위공무원 승진과 함께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올라왔다. 이후 국방대학원에서 교육훈련을 받은 뒤 2009년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개인납세국장을 할 땐 당시 도입된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를 안착시키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당시의 노력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통한 조기검증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국세청이 가장 골머리를 썩여왔던 자료상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2010년 청년시절 공직자를 꿈꿔왔던 조 청장은 공직자들이 가장 오르고 싶어하는 '꿈의 1급 공무원'으로 승진, 중부국세청장에 올라섰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지난 6월말에는 국세청 1급 직위 중 최고의 보직으로 꼽히는 서울국세청장으로 영전하는데 성공했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을 거쳐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연속 임명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 "녹록치 않은 세수상황…수도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
서울국세청은 6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규모 조직. 게다가 한 해 국세청이 거둬들이는 세수의 절반 이상이 서울국세청 관할지역에서 나온다. 국세청 입장에서도, 국가적으로도 서울국세청은 매우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는 조직이다.
조 청장은 "전체 세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수도청의 장으로서 정말 무거운 책임감을 매일 느끼고 있다. 아침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일 잘하는 국세청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수한 서울국세청 직원들과 합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세수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측면에서 그가 고민하는 골의 깊이는 깊다. 그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고, 안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해 고민이다. 현장정보수집과 세원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상시 세수관리체계를 구축해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청장은 "대기업에 대한 사후검증은 물론,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활용해 악성체납자들이 숨겨놓은 재산을 끝까지 추적, 세금으로 징수해 국고를 충당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인 상황까지 겹치면서, 민감해 질 수 있는 세무조사 투명성 확보 부분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그는 "세무조사의 투명성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조사절차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직원들이 주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기강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부진에 신음하는 납세자들을 위한 세정지원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조 청장은 소개했다. 조 청장은 "어려운 사업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라고 관리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각 세무서에 '무료세무상담 창구'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이어 "좀 더 납세자들이 국세행정에 편히 다가가고, 성실납세자들은 확실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 확충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 직원들을 중요한 '고객'으로 생각…틈만 나면 '스킨십'
조 청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근무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직원들이 높은 사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업무과정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무서 순시 때 새내기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틈나는 대로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거나 등산, 볼링 등 소모임 활동을 많이하고 참여해 직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과 관리자가 애로사항을 공유하면 모두가 'win-win'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6000여 서울국세청 직원들에겐 "어려운 일들은 상사 및 동료와 항상 상의를 해달라. 국세청 직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합심해 일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선진국가의 핵심요소인 '공정과세' 구현을 위해 정말 노력하겠다. 납세자 여러분들도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소문난 국선도 '마니아'…볼링 실력은?
서울국세청장 부임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7일. 조 청장이 한 일은 서울국세청 직원들과의 산행이었다. 이날 조 청장은 100여명의 서울국세청 직원들과 청계산을 올랐다.
소문난 국선도 마니아인 조 청장은 산행을 가는 것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혼자 가는 것보다는 취임 첫 행사를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판단, 급조한 산행이었다는 후문.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직원들이 동반산행을 희망했고,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조 청장은 전했다.
그는 중부국세청장 재임시절에도 틈나는 대로 직원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했다. 서울국세청장 부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달 13일에는 퇴근 후 직원들과 볼링시합을 함께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조 청장의 볼링실력은 애버리지 130∼140점. "자주 볼링을 하지 않아서 점수는 그리 좋지 않은데, 요즘 집중력이 좀 높아진 것 같다"고 조 청장은 말했다.
당시 볼링시합에서 조 청장은 2등(184점)을 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조 청장의 날렵한 폼에 직원들이 적지 않게 놀랐다는 후문.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조 청장은 가족들에게는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동안 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갚고 가족들에게 '인심'을 얻기 위해 이번 여름휴가 기간 동안 가족들에게 '봉사'를 했다고 조 청장은 털어놓았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때는 독서를 주로 하는 편이라고.
최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주변인들에게 몇 권 추천해 달라고 하자, 조 청장은 "청산선사의 '삶의 길', 장하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라는 책이 좋았던 것 같다. 추천해 줄 만한 책"이라고 말했다.
[약력]
▲1958년 ▲대구 ▲경북고-영남대-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시25회
▲국세청 법무과, 헌법재판소 파견, 목포세무서장, 중부국세청 조사2국2과장, 서울국세청 법무2과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3과장, 국세청 감사담당관, 대구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국방대학원 파견,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