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권영세의원은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감에서 "휴대전화 도.감청과 관련, 그동안 `현실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통부가 최근 실시한 실험에서 도청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최근 정통부에 구두 확인한 결과 지난 18일 정통부 전파관리과와 전파연구소가 공동 실시한 `이동통신 CDMA 도청여부 시뮬레이션'에서 수신자가 사용중인 기지국의 20m 이내 지역에서는 복제된 휴대전화로 도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동통신 3사중 차단시스템이 설치된 1개사는 도청이 불가능했으나 나머지 2개사는 도청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나머지 2개사에 대해 다음달 4일까지 차단시스템을 갖춰 보고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 진 의원도 "정통부는 지난 95년부터 휴대전화 비화(秘話)기 장치 개발에 착수했으며 작년 8월 비화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다"고 말하고 "정통부는 2002년 11월 국가 지도무선망 단말기를 보안모듈을 부착할 수 있는 모델로 교체할 것을 국방부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정통부와 군이 수년간 비화장비를 개발해 보안이 시급한 국가지도무선망에 한해 보안모듈을 부착하려 했다는 것은 그동안 논란이 돼온 휴대전화(CDMA)의 도청이 사실상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당시 국정원이 승인을 연기했다"고 소개하고 그러나 "현재도 음성 이외에 데이터까지 비화할 수 있는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최근 전직 기무사 고위간부가 `휴대전화간 통화내용을 감청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고 말한 점을 고려할 때 군정보기관은 이미 휴대전화 도청을 사실상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도.감청 가능성 여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통부는 다만 복제한 단말기를 통해 통화내용의 도청이 가능하다는 보도가 있어 건물실내와 옥상에서 실험실 수준의 극히 제한적 시험을 했으나 복제단말기가 있고 전파환경이 동일한 경우 제한적으로 동시에 벨이 울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그러나 조금만 이동해도 동일한 전파환경이 지속되지 않아 동시에 벨이 울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동시통화가 되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사업자들에게 하나의 단말기만 벨이 울리도록 하거나 두 단말기를 동시에 접속하려 할 경우 모두 통화가 절단되는 시스템을 구현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인 팬택&큐리텔은 128비트 암호 키를 사용하는 별도의 암호 알고리즘(DESX)을 내장하고 있어 도청이 완전 불가능한 CDMA 휴대전화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발표했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주한미군이 도.감청을 차단하는 비화(秘話) 휴대전화를 국내에 들여와 사용하려다 망관리자인 SK텔레콤의 `불가' 방침으로 불발에 그친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