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조정하며, 한국경제의 2%대 성장이 기정사실화 됐다.
지난 상반기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3.6%로 예상했지만,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함에 따라 전망치를 2% 중반으로 끌어내렸다.
KDI는 17일 '2012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조정 했다.
지난해 11월 2012년 경제성장률을 3.8%로 예상하고, 지난 5월 3.6%로 수정한데 이어 4개월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렸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4%로 수정하며, 당초 예상했던 4.1%보다 0.7%p나 깎았다.
KDI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라 대내외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화되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고, 상당 기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1/4분기 4.2%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둔화 추세가 계속됐고, 올해 2/4분기에는 2.3%에 머물렀다.
올해 2/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4% 증가하는데 그쳤고 상품수출(물량기준)은 1.4%, 설비투자는 무려 7%나 감소했다.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요 수출부문을 중심으로 1/4분기 3.8%에서 2/4분기 1.5%로 크게 떨어졌고, 서비스업생산 증가율도 1/4분기 2.5%에서 1.7%로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KDI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세계경제의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도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이 제시되면서 유로존 위기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유럽경제가 정상화되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RB)도 3차 양적완화정책 시행을 결정하며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를 부분적으로 견인할 수 있지만, 재정의 불확실성은 여전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낙관할 수 없다고 평가하는 등 대외여건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대외여건 악화 속에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올해 1.9% 증가에 그치고, 설비투자도 투자수요 위축으로 2.9%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시장 부진이 계속되며 건설투자는 -0.2%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수출은 한·EU, 한·미 FTA 발효에도 불구하고 유럽·미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에 따라 2.7% 증가, 경상수지도 320억달러 흑자에 머물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물가의 경우 경기둔화 및 보육료 지원 등 정책효과로 2.1%대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하락하고, 실업률은 견실한 고용증가세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3.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향후 재정정책을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정정책도 신중히 접근하되, 내년에는 국가개정운용 계획을 소폭 확장·운용해 경기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통화정책도 경기둔화를 완충하기 위해 완화적 기조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상승 압력이 현저히 완화됐고, 앞으로도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되므로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둔화 및 부동산시장 침체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하로 인한 추가적인 가계대출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KDI 관계자는 "향후 거시경제정책 방향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통상적인 경제여건에서 경기둔화가 계속된다면, 재정과 통화정책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경기안정화를 도모해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