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금융규제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사단법인 은행법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 규제의 국제적 동향과 과제'를 주제로 국제 학술 대회를 열고, 미국·일본·중국의 금융계 전문가를 초청해 해외 사례를 청취한 뒤 토론을 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가 강조되는 가운데, 은행 규제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서 아주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은행 규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금융회사가 자유롭게 신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대신, 소비자 보호 체계가 새로 도입돼 일반 가입자들이 쉽게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 같은 소비자 보호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글로벌 흐름을 보면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
미국은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로 불리는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을 만들고, 금융 회사의 위험 투자를 규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추진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처'를 설립하는 등 세계적 금융 규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히데키 간다 도쿄대학 교수도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의 금융규제 움직임을 전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FSA(금융청)는 새로운 '바젤3'을 도입하고 있는데, 'SIFI'(시스템적 중요한 금융회사)로 분류되면 가장 강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며 "국내 은행 중 순수하게 국내 사업만 하는 곳은 바젤3을 적용받지 않지만, 자기자본 규제의 요건이 바뀔 거라 생각되며,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요 10개국(G10)의 금융 감독 정책을 만드는 바젤위원회는 은행의 건전성 기준인 바젤3을 새로 도입해 금융시장에서 거래 비중 등이 큰 SIFI(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들이 자본을 충분히 쌓아서 부실이 생겨도 시장에 충격이 덜하도록 하고 있다.
왕이핑 베이징공상대학 교수는 "중국의 대형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로부터 새로운 이익을 내고자 하는데, 독점이 심하고 부정부패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은행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은행 감독을 할 수 있는 세부적 규제를 만들고 좀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의 문제는 단순히 금융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체계적 문제"라며 "실제로 실행이 가능한 법률 개혁을 통해 힘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