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생각하라"…소통의 기본 강조
법학도 출신 증권맨, 논리적 상황판단 중요
시장 타이밍 읽은 월지급식 상품에 '애착'
다독(多读),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대입 논술에서 거론될 법한 단어들이 수치와 실적을 중시하는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쓰이고 있다.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는 24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대우증권 상품개발의 비밀"이라며 "투자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면 워렌버핏의 투자노트와 헤지펀드의 승부사 등 주식 관련 서적을 여러 번 읽으라"고 권유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상과 산은금융그룹시너지대상 등을 재차 수상하며 증권가 상품개발 분야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희주 이사.
그는 상품개발의 비법을 '사람', '논리력', '타이밍' 등 3가지로 나눠 소개하며, 향후 유망 상품으로는 브라질국채를 제시했다.
■ 상품개발 제1법칙, 사람을 만나라= 그에 따르면 상품개발은 투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 투자를 해보고 투자자를 많이 접하는 업무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김 이사는 "기본적으로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고,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며 "이를 알기 위해 강연을 많이 다녔다"고 귀뜸했다.
그는 그간 금융감독원과 행정자치부, 일반기업체 등에서 기관투자가와 개인고객,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다.
주로 투자에 관한 재테크나 상품에 관한 소개 등을 하는데 이때 '워렌버핏의 투자노트' 라는 책을 100~200부씩 사서 나눠주곤 했다고.
그에 따르면 이 책은 2시간이면 읽을 수 있으며 5회독을 하면 자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주식투자 비법을 묻는 질문에 김 이사는 워렌버핏의 투자 원칙을 사례로 들며 제1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며, 제2원칙은 '제1원칙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다른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돈이 되지 않으며, 다수가 투자하기 전에 한 발 앞서 주식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도 밝혔다.
김 이사는 업무를 할 때도 주로 '소통'에 시간을 할애한다.
외적으로는 기관투자가나 운용사, 자문사 관계자들을 주로 만나 상품개발 트렌드 등에 대해 논의하고, 내적으로는 직원들과 상품선정, 자료점검, 투자자 교육 등을 위해 회의를 거듭한다.
그는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는 리테일(소매)로 나가는 상품의 모든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있다"며 "상품 서비스 관리와 직원 교육, 고객 세미나에 이르기까지 상품에 대한 모든 업무를 관할하고 있어 의견교환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 상품개발 제2법칙, 논리력을 키워라= 김 이사는 지난 1998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웨일즈의 명문 대학인 Cardiff 대학에서 MBA 코스를 밟은 재원이다.
그는 수시로 바뀌는 증시에 휩쓸리지 않고 적정한 시점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로 법학도 시절 깨우친 '논리'를 꼽았다.
김 이사는 "법학과와 MBA를 겸한 것이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서베이(survey) 등을 통해 논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상품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고 전했다.
그는 "김석 삼성증권 사장과 박준현 삼성자산운용 사장,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사장 등 증권가의 수장들 역시 법대출신이 많다"고 소개했다.
법학도 출신인 김 이사가 증권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시대'의 영향이 컸다.
1980년대 광주 민주화운동 등으로 인해 대학가가 어수선해 취업준비에 몰입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로 당시 탄탄한 직장으로 손꼽혔던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게 됐던 것.
김 이사는 "처음에는 집안 형편을 고려해 퇴직금을 받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지점에서 일을 하면서 주식에 점점 재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해 그래프를 들여다봤다"며 "주가의 변동이나 매수, 매도 현황을 통해 투자자의 심리를 알고 장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장회사 서베이에 공을 들였고, 늘 비판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며 "서베이 결과에 논리적인 모순은 없는지, 상장회사의 실적이 투자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시장이 좋으면 대다수 리포트가 긍정적이고 그 반대가 되면 부정적 리포트가 쏟아진다"며 "리포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소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상품개발 제3원칙, 타이밍 맞춰라= 김 이사는 지난 2005년과 2009년에 우수금융신상품 개발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융감독원장상을 2회 수상했고, 2010~2011년에는 산은금융그룹시너지대상을 수상했다.
김 이사를 비롯해 대우증권의 여러 직원들은 금융감독원 선정 '우수 금융상품'에서 7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상품개발 쪽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명성을 쌓아왔다.
그는 "MMW(머니마켓랩)나 랩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 공모주랩 등이 인기를 끌면서 수상을 하게 됐다"며 "특히 불안한 시장상황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월지급식 상품에 가장 애착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월지급식 상품이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안정성'때문"이라며 "명예퇴직 등으로 은퇴자가 늘어나던 때에 '노후 대비' 전략 상품으로 시선몰이를 했다"고 언급했다.
월지급식 상품은 현재 KDB 대우증권의 주력상품인 '골든에이지'의 전신이다.
그는 "월지급식 상품은 골든에이지 형태로 변형돼 매월 월급처럼 투자금액의 0.5%를 분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시점에 원금이 아닌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자산증식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골든에이지는 한 자산에 집중해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주식, 채권, 대안자산 등 여러 자산에 최적 배분 투자가 돼 특정 시장의 위험에 노출되는 비중이 작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 달성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상품은 2011년 하반기 시장 폭락 시기에도 코스피 하락의 1/4 정도만 영향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안정성을 입증했다.
또한 월지급식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출시 이후 2800억원 가량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 "신뢰받는 투자자 가이드 되겠다"= 김 이사는 최근 대내외 경기의 불안으로 위축된 증권업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이(지금의 상황) 또한 지나간다"며 "증권업은 변동성이 심한 산업인 만큼 어려움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오히려 증권업계 직원이나 투자자에게 어려운 시기는 최고의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장이 안 좋을 때 고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역발상'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에 몰입도가 지나칠 때는 목이 안 돌아가고 어깨 근육에 경련이 생기기 일쑤였다는 그는 이제 직원들과 여의도 공원을 산책하며 상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여유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희죽이'로 통한다. 내부 직원들과 부드러운 관계를 맺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딴 별명이 생긴 것.
하지만 김 이사는 고객에게 나가는 자료를 살필 때는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엄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최근 그가 고객들에게 새롭게 추천하는 상품은 '브라질 국채'다.
김 이사는 "브라질국채를 1년 6개월여 만에 다시 판매할 계획"이라며 "브라질 정부는 기준금리를 또 다시 내려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예측했다.
그동안 기준금리가 높아 실질적인 이익이 크지 않았던 브라질 국채가 금리인하를 통해 절세와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설명처럼 최근 브라질 정부는 기준금리를 종전 8%에서 7.5%로 0.5%포인트 인하해 지난해 8월(12.5%) 이후 9차례나 하향 조정,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
그는 "브라질국채의 경우 이머징(Emerging)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하다"며 "직원들에게 시장이 어려울수록 좋은 가격으로 튼튼한 상품을 팔 수 있으니 낙심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 투자 문화에 기여하는 금융인으로 남고 싶다"며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최고의 가이드가 되고 싶다"며 작지만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약력] ▲1966년 출생 ▲1988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3년 영국 Cardiff 대학 MBA
▲1989년 대우증권 입사 ▲現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부서장·이사대우 ▲現 금융투자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