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티격태격하던 다툼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까지 가세해 법적 공방을 벌여 그룹 차원으로 확전될 조짐이다.
LG디스플레이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의 갤력시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갤럭시 탭7.7 등이 자사의 OLED 패널 설계관련기술 3건, OLED 구동회로관련기술 3건, OLED 기구설계관련기술 1건 등 모두 7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법적대응을 예고해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공방은 올들어 더욱 잦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두 차례에 걸쳐 자사와 LG전자의 신형 대형냉장고에 물과 참치 캔, 음료캔 등을 넣어 용량을 실측한 뒤 이를 토대로 유튜브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란 광고를 게시하자 허위·과장광고라며 ‘냉장고 용량 비교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지난 24일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 3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엘지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오엘이디(OLED) 핵심기술과 인력을 조직적·계획적으로 유출했다며 21종의 기록과 18종의 기술에 대한 영업비밀 등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삼성의 연구원을 임원으로 입사시키는 조건으로 퇴사토록 하고 팀원 5명도 전직시켜 이들을 통해 삼성의 OLED 기술과 영업 비밀을 가져갔다”며 “본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기술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가처분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전 임직원들이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서 경기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혐의를 확인 검찰로 송치했고 지난 7월16일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대해 명예훼손이라며 맞고소로 대응했다.
지난해 7월에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기술 방식을 놓고 맞붙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LED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돼 소형 OLED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 경쟁에서 패배한 자의 일방적인 헐뜯기”라고 일축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혀왔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경쟁에서 밀려 양산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자 광시야각 엘시디로 도망가며 ‘노이즈’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맞받아쳤다.
3DTV 구현 방식을 놓고는 서로 자사의 방식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며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지난해 3월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화요포럼에서 3D TV 기술을 설명하며 LG디스플레이에는 엔지니어가 ‘멍청한 XX’들 밖에 없는 것 같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발끈한 LG디스플레이는 김 전무에게 욕설했는지를 묻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김 전무와 삼성전자 측은 LG디스플레이에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양사는 비교시연회와 비교 광고를 통해 서로를 극도로 자극하는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에도 ‘LED TV’를 두고 한판 싸움을 벌였다. 그해 3월 삼성이 LED TV를 먼저 내놓으며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고 연일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이에 대해 LG는“광원만 LED로 바꾼 LCD TV를 삼성이 과대 포장하고 있다”고 깎아 내리며“기존 광원인 형광등(CCFL)에 견줘 화질이 크게 다르지 않고 가격만 비싸다”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두 회사가 격차가 커 비교할 수 없지만 2009년에는 휴대전화 시장을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LG가“국내 휴대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면 곧이어 삼성이 “북미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며 맞대응했다.
인력 스카우트과 관련된 양사의 분쟁은 일회성이 아니라 오랜 해묵은 싸움이다. 2003년 10월에는 삼성과 LG가 ‘부당 스카우트’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당시 LG전자는 삼성전자로 이직한 2명을 기술정보 유출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하고 삼성전자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로 대응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LG에서 이직한 7명은 모두 퇴사했다”며 “광사업 부문 합작사 설립 안이 진작부터 추진돼 온 마당에 무리하게 그 분야 인력을 스카우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을 일축했다.
2000년 12월에는 삼성전자에서 LG정보통신으로 이직하면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유출해 피해를 입힌 혐의로 이직한 직원을 서울지법 북부지원에 ‘전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담합을 할 때는 딴판이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가 2008~2009년 사이에 담합을 통해 판매 장려금을 축소하는 방법 등으로 LCD TV와 노트북 가격을 인상한 담합행위를 적발했다. 그로 인해 지난1월 과징금 440억 원을 물어야 했다.
또 2010년에도 초·중·고교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에어컨과 텔레비전 가격을 정할 때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LG전자는 350억원, 삼성전자는 1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경쟁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도를 넘는 비난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시장에서 낙오하고 협력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일본 기업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전 매장에서 만난 경기도 성남시의 이준희(51세)씨는 “소비자들은 삼성과 LG는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다"면서 "두 회사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어느 회사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