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복지재원 마련위해 세입구조 개선 필요"
정부 "증세의 현실적 어려움도 고려해야"
대기업 과다감면, 할당관세 적정성 등 '논란'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조세분야 국정감사는 '증세'와 관련된 정부와 정치권의 확연한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복지재원 확충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 부분 증세로 세입구조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정부는 어려운 시기에 증세는 오히려 '독'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반대논리로 대응했다.
여야 의원들은 각자 방향성은 달랐으나, 복지지출 확대를 위해 일부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여권은 고소득자, 대기업에 치우친 증세논의를 보편적 차원으로 확대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야권 의원들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감면을 축소하고, 이들에 대한 세율을 인상해야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우리나라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해선 북유럽 국가들처럼 중장기적으로 세입을 늘리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근로소득세 가운데 590만명이 소득세를 안내고 전체 근로자의 69.3%가 번 돈의 1%의 세금도 내지 않는 기형적인 소득세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이 올라 담세력이 올라야 복지지출을 부담할 수 있다는데 동의한지만, 고소득층 일부만 증세해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증세론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야권 의원들은 대기업에게 치중된 법인세 감면을 줄이고 대기업들에 대한 증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의원은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사상최대로 법인세 인하로 투자가 늘었다는 얘기는 안 맞는 듯하다"며 "법인세 인하가 투자나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보다는 이외에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투자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조세감면율이 평균 2%p나 올랐다. 법인세 감면금액 중 재벌 대기업은 전체의 51%이고, 한계법인 감면액은 중소기업의 182배나 된다"며 "감면금액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은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2008년 소득, 법인,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대규모 감세를 했으나 기대만큼 효과는 없었다고 본다"며 "기업의 투자는 단순히 세금감면이 아니라 경기전망을 중심으로 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감세 때문에 사내유보금만 쌓이고 국가부채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설훈 의원은 "대기업이 매출액, 단기순이익 급성장 와중에도 투자에 인색하고 일자리 창출엔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의 지나친 사내유보금이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주장했다.
이에 박재완 장관은 "투자촉진을 위해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너무 이런 저런 규제를 만들면 기업 활동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증세논의는 적절치 않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할당관세의 적정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정부가 기대한 물가안정 효과는 물론 수입물량 증가로 생산자 등이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김현미 의원은 "할당관세 적용대상 품목 가격이 대체로 다 올랐다. 설탕 등은 너무 올라서 문제고, 역으로 배추는 할당관세에 따른 수입증가로 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가는 오르고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피해를 받는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홍종학 의원은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할당관세 제도의 관세감면 효과가 일부 대기업에게 쏠리고 있다. 2008~2011년 사이 대기업에게 3조원 이상의 감면혜택이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정책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안민석 의원은 "1인당 개별소비세 2만원 정도 감면된다고 과연 해외골프수요가 국내골프장으로 옮겨가겠냐"며 "20만원 입장료에서 절반이 감면되는 것이면 몰라도 (개별소비세 인하논리가) 너무 옹색하다"고 질책했다.
설훈 의원도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회원제 골프장 개소세를 2년간 면제해준다지만 회원권 소지자 10만여명은 전체 국민의 0.2%에 불과하다"며 "이미 실패한 정책의 재탕이자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부자감세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EITC(근로장려세제)의 수급기준인 자산기준(1억원, 주택시가 6000만원)의 현실성을 지적하면서, 금융이나 부채상황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새로운 수급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여야 의원들은 역외탈세 방지와 숨은세원 확보를 위해 국세청의 특수활동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기재위는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파행위기까지 가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야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증인으로 불러세우기 위해 표결 처리 등 강도 높게 압박했고, 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