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첫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정 전반을 감사하는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가계 부채와 서민금융 등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를 실시한 가운데, '가계 부채·서민금융' 등 금융계 전반에 놓인 큰 현안들은 주요 의제에서 비켜나 있었다.
정치권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은행법 개정(금산 분리 강화) 등을 두고 한차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 가계 부채 '922조원'…집값 더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 50만명 = 6월 말 현재 가계 부채 잔액은 922조원.
지난 10년 동안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를 경제 규모나 소득 증가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가계 부채(11.7%), 국내총생산(7.3%), 가처분소득(5.7%) 순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 가계 대출은 2008년 이후 49.2%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1차 대책을 내놓고 유동성 관리에 이어, 올해 2월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 관리를 강화했다. 지난 7월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등을 내렸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연체율은 지난 8월 1.01%를 기록해, 2006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0.91%, 신용 대출은 1.23%를 기록했다.
제2금융권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연체율을 살펴보면 저축은행이 11.32%로 가장 높았고, 상호금융(농·축·수협 등) 4.12%, 여신전문금융회사 3.66% 순으로 집계됐다.
저소득계층으로 분류되는 자영업 종사자는 올해 들어 584만6000명(취업자 전체의 23.3%)에 달하는 가운데, 유일호 의원(새누리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차주의 비중은 2009년 3월 15.3%에서 올해 3월 16.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자영업 종사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18.1%에서 23.3%로 증가했다.
또 강석훈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4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60%를 초과하는 대출 잔액은 34조9000억원에 달한다.
대출자 수로는 26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담보 주택을 매각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하우스 푸어'로 분류되고 있다. 만일 주택 가격이 5% 더 하락하면 이는 두 배인 5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16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가계신용 위험지수'(38포인트)는 2003년 카드 연체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주요 현안들 대신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문제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등 대선 주자들에 대한 검증이 주류를 이뤄 평상시 국감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뤘다.
■ '컨틴전시플랜' 앞당겨야…원활한 시장 위한 정책 필요 = 이날 국감에서 강석훈 의원(새누리당)은 "정부가 금융회사의 채무 조정을 유도하는 방안 등을 내놓고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단계에 왔는데,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을 '반'스텝 정도 앞당길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회사 차원에서 채무 상환 조정(프리워크아웃)이나 신탁 후 임대(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개별적 노력을 촉구하고 이를 점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은 "가계 부채 문제가 커지자 정부가 금융회사의 부동산 담보대출과 가계 대출 등을 줄였는데, 이에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한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서민층의 이자 부담은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자영업 종사자 대부분은 요식업, 숙박업 등 경기변동에 민감한 업종이 많은데, 경기가 나빠지면 이 대출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금융 당국은 이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