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저축은행 부실 감사를 두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솜방망이' 처벌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민주통합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부실 감사를 한 회계법인 및 공인회계사가 받은 제재 건수는 281건을 기록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그러나 이 중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과 관련한 부실 감사에 내려진 제재는 14건에 불과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처벌 수위가 가벼운 수준에 그쳐왔다는 것.
제재 내용을 살펴보면 직무 연수 7건, 특정 회사의 감사 업무 제한 4건 등이 있었고, 검찰 고발 및 수사기관 통보 조치나 등록 취소 및 직무 정지 건의 등의 중징계는 전무했다.
회계법인 제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10년 이후 부실 감사로 회계법인이 받은 제재 건수는 5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처벌 수위가 약했다.
직무 정지 건의나 과징금, 과태료 부과는 단 한건도 없었고, 공동기금 추가납부 4건, 특정 회사의 감사 업무 제한 1건이 전부였다.
김영주 의원은 "금융 당국이 회계법인의 저축은행 부실 감사가 발견될 경우에 중징계를 하겠다고 한 발언은 여론 무마용의 '립서비스'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회계법인들의 부실 감사로 저축은행과 관련한 피해가 커졌고, 금융 당국도 부실 감리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며 "이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향후 이 같은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일호 의원(새누리당)도 국제회계기준(IFRS)이 지난해 도입된 뒤 금감원이 분식회계 감독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금감원이 IFRS 조기 정착을 위해 감리 대상 기업을 줄였는데, 이는 분식회계 한 기업들을 적발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생각된다"며 "감리 대상 선정은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코스닥 규정에 따라 영업 손실이 4년 연속 발생하면 관리종목, 5년 연속 발생하면 상장폐지 되는데, 유 의원은 16개 상장회사가 영업이익을 임의로 산정해 이를 회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