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백의종군'…공천 탈락, 새누리 '쇄신'의미 사라질 수도
새누리당이 '인적쇄신'과 관련된 갈등을 둘러싸고 내홍이 깊어진 가운데, 선대위 의장단에 속해있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탈박'에서 귀환해 당내 화합을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를 위해 쇄신했던 새누리당이 '도로 한나라당'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역할에 대해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게 되실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8일) 밤 박 후보는 '김종인-이한구' 갈등에서 촉발한 '지도부 총사퇴론'에 대한 논의를 위해 황우여 대표와 김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장단과 긴급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캠프전체를 총괄하는 등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컴백'은 지난 4.11총선 부산 남구을 공천에서 탈락되며 '백의종군',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은 후 6개월여 만이다.
■ '친박 좌장'->'탈박'->'귀환'…YS부터 다양한 경험 강점 = 김 전 원내대표는 18대 초반까지 친박계 좌장이라고 할 정도로 박 후보와 가까웠다. 지난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에 의한 '친박 공천학살'을 당하며 공천탈락,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복당했다. 이후 친이계 당 지도부와의 화해로 최고위원, 원내대표를 맡으며 '세종시 이전' 문제에 대한 견해차이로 박 후보와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됐다.
'탈박'으로 분류되며 박 후보와 소원해진 김 전 원내대표는 이번 19대 총선에서 공천탈락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지 않고 '백의종군'을 선택, 부산지역 선거를 지휘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박 후보는 "부산 사나이다움을 보여주셨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1987년 통일민주당을 뿌리로 정치를 시작,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를 맡기도 한 대표적인 '상도동계 인사'다. 또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다양한 선거경험을 통한 노하우로 당 내 몇 안 되는 '전략가'로 통하기도 한다. 특유의 스킨십으로 포용력과 친화력이 강점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캠프 사령탑을 맡게 되면 '탈박'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당의 화합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또한, YS와 이 전 총재와의 정치적 인연으로 '좌클릭'으로 설 자리를 잃은 전통보수세력들의 '대통합'도 가능하다.
■ YS부터 MB까지, 14년 한나라당…'쇄신'한 새누리에 맞을까? = 김 전 원내대표의 '컴백'이 '화합'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점도 문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 남구을에 공천신청을 했지만 당시 공천위원회가 공천쇄신안으로 마련한 '현역의원 하위 25% 컷오프'에 걸려 공천이 좌절됐다. 총선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절체절명의 위기'의 한나라당은 인물, 정책적으로 쇄신을 꾀하고 있었다. 인물쇄신에 따른 공천 탈락이었던 셈이다.
한나라당의 색깔을 빼기 위한 새로운 인물을 새누리당에 영입하겠다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특히, 김 전 원내대표는 YS가 정치전면에 있던 80년대 후반부터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까지 '14년의 한나라당의 역사'를 온 몸으로 겪어왔다.
결국 김 전 원내대표의 '컴백'은 한나라당을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인 '쇄신'정신과 거리가 멀다. 불과 6개월 만에 '쇄신' 대상자에서 선대위 사령탑이 된 셈이다.
김 전 원내대표의 '컴백'에 대해 전 비대위원인 이상돈 정치쇄신위원은 "김 전 원내대표는 과거에 설화, 말실수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툭툭 던지는 발언 중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나는 '발언사고' 우려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눈높이'는 비대위 시절 쇄신'기준'이었다.
당 관계자 역시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선대위 역할은 지난 총선처럼 부산 선대위원장으로 부산지역선거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당내 갈등이 번지는 상황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역할이 떠오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현재 박 후보 주변에 있는 친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공천기준안에 걸려 공천탈락한 분인데 큰 선거를 맡긴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라며 "참 갑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연 박 후보의 '김무성 카드'가 인적쇄신을 둘러싼 당내갈등을 봉합하고 '대통합'을 이룰지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