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불편한 진실?-'청와대 광화문 출장소'
억대 채권투자한 금통위원 자질논란 불거져
가계부채 궁색한 답변에 여야 한목소리 질타
사흘째 지속된 재벌총수의 증인 채택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한국은행 국정감사가 파행을 모면한 채 열렸지만 시장불통의 통화정책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당하며 상처를 받았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는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감에서 증인채택 문제로 날선 공방을 진행하다가 정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으며, 결국 11일 오전까지 증인채택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하는 선에서 국감 중단이라는 파국을 겨우 막았다.
오후에 열린 국감에서는 한은의 시장과의 소통부재 문제가 거론되며 통화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집중 거론됐으며, 한은의 독립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일부 금통위원의 채권투자 사실이 드러나며 자질 논란이 불거졌으며, 사상 최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궁색한 한은 측의 답변에 쓴소리가 이어졌다.
■불통중수·한은 독립성 문제 '질타' = 한국은행이 불통의 통화정책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윤호중 의원(민주통합당)은 "통화정책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김 총재의 생각을 물어 난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안민석 의원(민주통합당)은 김 총재에게 "시장에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3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다"며 "한은이 청와대 광화문 출장소로 전락했고, 김 총재 취임 후 독립성이 훼손됐으며 시장과의 소통이 안돼 (김 총재가)‘불통중수’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에 김 총재는 "곤혹스러운 내용이다"며 "한은이 광화문 출장소라고 했는데 이는 금통위 결정이 청와대 의견과 같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인데 제가 뽑은 금통위원이 아니지 않냐"고 다소 억울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김 총재의 '소통부재 리더십'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한 외신(글로벌 파이낸스)에서 최악의 중앙은행 13명에 선정된 것과 한은 노조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7%가 '김 총재의 내부 경영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대목을 지적한 것.
김태호 의원(새누리당)은 "김 총재가 C학점을 받은 것은 시장과의 소통부재 때문이며 (이 때문에) 점수를 깎아 먹은 것이 아니냐"며 재차 중앙은행 총재의 소통부재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김 총재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틀린자료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거다"며 "별로 대응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추기도 했다.
박원석 의원(무소속)은 "내부 직원평가와 CNBC 평가도 마찬가지고 총재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며 "의원들이 하는 말을 그냥 하는 말로 받아 들이지 말고 한은에 대한 평가와 신뢰도를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채권투자 금통위원, 자질논란 불거져 =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일부가 억대의 채권투자를 한 것이 밝혀져 '자질논란'도 불거졌다.
금융통화위원 7명 중 3명이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채권에 6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한 것.
설훈(민주통합당) 의원은 "한 금통위원의 채권 보유액은 3억1000만원에 달했다"며 "특히 이 금통위원은 '하이캐피탈5'라는 대부업체 채권까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통위원 자질을 넘어 도덕성 문제까지 제기했다.
이외에 2명의 금통위원이 각각 동부제철 회사채에 2억200만원, 한국저축은행 채권에 6600만원을 투자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현재 금통위원들의 주식투자는 공직윤리법, 직원행동강령 등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으나 채권 투자에는 제약이 없다. 결국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소리다.
설 의원은 "금리에 민감한 채권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며,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봉급을 받을만한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주식은 제한은 있고 채권은 없는지 몰랐다”며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해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가계부채 문제, 궁색한 대책에 쓴소리 = 사상 최대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된 질의가 다수 집중됐지만 한은의 답변은 오히려 여야 의원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만우 의원(새누리당)은 김 총재에게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은의 대책을 물었다.
이에 김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는 미시적인 경제상황이라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 않다"고 답변했다.
안종범 의원(새누리당)은 "연체율 수준은 낮지만 1년 사이에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한은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무엇이 있냐"며 거듭 물었다.
하지만 김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풀 때 목적에 맞는 수단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우선 총량을 정해 놓고 유동성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으며, 높은 이자를 가지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법이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성호 의원(민주통합당)은 한은의 지나친 낙관적 전망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그는 "한은이 내놓는 경제 전망치가 대기업 연구소나 민간 은행이 내놓는 수치에 비해서 상당히 높으며 가계부채도 앞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등 낙관적인 입장만 보이고 있다"며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서는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했는데 도대체 한은의 대책은 무엇이냐"고 쏘아 붙였다.
조정식 의원(민주통합당)은 "정부에 독립적이기보다는 정부정책에 발을 맞추면서 한은 본연의 물가안정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내부적으로 곪아가고 있는 것은 정부나 한은의 책임이 크다"고 질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