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산업은행의 비전에 대한 자신의 욕심을 가감없이 내비췄다.
정부가 대주주이면서도 경영은 자율적으로 하는 하이브리드형 은행이 목표지향점이라는 것. 하지만 이는 정책금융기관의 혜택은 챙기면서 경영은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민병두 의원(민주통합당)은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만수 회장이)민영화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공공기관 해제는 직을 걸고 하겠다고 말했다"며 "법적으로 보면 공공기관 지정해제 사유는 민영화와 기관통합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민영화를 안 하겠다면서 공공기관해제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민영화를 할 듯 하면서 기관해제 혜택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되면 예산편성이나 임원인사 등에 자율성을 확보하는 반면 규제는 제대로 받지 않아 방만경영이 우려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에 강만수 회장은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신동우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7월 정무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반대하지만 기업공개(IPO)는 해야겠다고 했다”며 “산은의 입장이 시장에 혼돈을 주고 있어 불만이 자꾸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지난해 회사채 인수를 했는데 일반 은행은 못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특혜는 누리면서 민영화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잘못 보면 한쪽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로)자율성과 정책금융기관의 특수성 등 좋은 것만 골라 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수 있으며 불만도 나올 수 있다“고 질책했다.
강 회장은 “민영화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세계적으로 은행의 형태가 정부가 대주주이면서 경영은 자율적인 하이브리드 형의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은행을 키우려면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산업은행도 커머셜 뱅킹(상업은행)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 대부분이 이자수입에 의존한데 반해 산업은행은 IB(투자금융)부분이 50%에 이르는 만큼 개인금융 부분에서 기반을 좀더 쌓으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회사채 인수 등 기존 은행들이 할 수 없는 업무를 자회사인 대우증권에 넘기라는 신 의원의 지적에 대해 강 회장은 “회사채 인수가 큰 수익을 내는 부분은 아니다”면서도 “단계적으로 대우증권이 있기 때문에 업무를 줄여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재경 의원(새누리당)이 공공기관 지정해제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을 전하자 강 회장은 불끈하며 자신의 산업은행관을 밝히기도 했다.
강 회장은 "우리가 공공기관 해제를 받고자 하는 기본 이유는 산은을 더 좋은 은행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기관은 지점을 내거나 직원 정원 한명 늘리는 것도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며 신속히 할 수 없고, 직원 포상도 정부 예산에 따라 할 수밖에 없어 기업가치를 올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정책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이 산업은행이 국가경제에 공헌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또 그는 "오해 있는 부분이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민영화가 아니라 기업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며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초에 기업공개와 민영화를 같이 생각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