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커버드본드'(Covered Bond)를 활성화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오는 12월 3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 채권을 발행해, 은행들이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투자자는 은행과 펀드를 비롯해 연·기금, 정부 기관, 해외의 중앙은행 등에 한정된다.
발행한 금융회사나 금융기관이 도산해도 투자자의 우선변제가 보장되며, 담보가 부족하면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근저당 설정이 가능해 '이중' 청구권이 약속된다.
따라서 금융회사 입장에서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투자자는 비교적 낮은 위험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일반 차주의 경우 장기 만기, 고정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는 만큼, 가계 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KB국민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지만, 법적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탓에 은행의 경우에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정부는 가계 부채 연착륙 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310조원) 중 30%를 2016년까지 장기 고정 금리 대출로 전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어, 만일 커버드본드가 활성화되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는 건전성 요건(자본금 1000억원 이상,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0% 이상)을 갖춰야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으며,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해 시중은행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에 한해 발행 자격이 주어진다.
기초 자산은 담보 비율이 105% 이상이어야 하고, 주택담보대출(LTV 70% 이하)이나 국가 및 공공 기관이 발행한 채권 등에 한정된다.
유동성 자산의 경우 현금이나 만기 100일 이내의 CD(양도되는 예금증서), 환율·이자 헤지 파생 채권 등이 허용된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려면 금리와 만기, 조건, 시기, 총액 등을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며, 금융위원회는 이를 거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인가를 받으면 금융회사는 직전 회계연도 총 자산의 8%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도(잠정 4%)까지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다.
정지원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분기마다 점검하고, 인터넷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6월 기준, 커버드본드 발행과 관련한 법률을 제정한 나라는 33개에 달하며, 미국 등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