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의원수·국고보조금 줄이고 중앙당 폐지해야"
文, "비례대표 늘리자"에…安 "의원 숫자 줄이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23일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고, 정당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고 중앙당을 폐지하는 등 '3대 특권 포기안'을 제시하며 "당장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에서 강제당론 폐기, 공천권 국민 환원, 특권 포기 등을 주장한 것에 이어 정치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인천 인하대 강연에서 "이런 과제들은 정당들이 합의하면 개헌하지 않고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 정도 개혁을 이뤄야 국민이 다시 정치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의 수를 200명으로 줄이되 비례대표의 비중을 늘려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소외계층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민생법률을 못 만든게 숫자가 적어서 그런건 아니니 의원수를 줄여 고통을 분담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정당 보조금은 군사 정권이 야당을 회유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정당은 당비로 운영하고, 정당 보조금은 시급한 민생 현안에 쓰자고 제안했다.
5.16 쿠데타로 도입된 중앙당 시스템에 대해선 "계파 정치와 패거리 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폐지나 축소를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같은 3대 특권 포기 방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정치인이 밥값을 하도록 낡은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누리당에 대해 "집권여당이 70년대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고 지금 상황으로는 새로운 정치가 불가능하다"며 "틀과 사람이 그대로인데 당명과 로고를 바꾸고 몇 사람 자른다고 바뀌지 않는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통령을 한 번 잘못 뽑으면 국민이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 절감하게 했다"고 맹공을 이어갔다.
민주통합당에 대해선 "집권여당에 반대하니까 정권을 달라는 것은 또 다른 오류"라며 "미래를 담을 틀을 준비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고 기대를 모아야하는데 그러려면 쇄신을 통해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안 후보의 발언은 최근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의석 분포를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하는 등 정치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에 대한 화답이자 양측 간 쇄신 경쟁의 일환으로 읽히고 있다.
실제 안철수 후보 캠프의 박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의석을 늘리는 정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치열성이 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연순 대변인은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좀 더 진전된, 구체성이 있는 내용"이라며 "민주당과 문 후보가 정치쇄신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고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노력과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좀 더 강한 강도와 치열함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양 측의 쇄신 경쟁이 대선을 향후 단일화 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