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2012년 국정감사의 대장정도 막바지에 도달했습니다. 24일(수요일)을 마지막으로 청와대를 제외한 전 정부 행정부처에 대한 국정감사는 일괄 종료됩니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국정감사 일정에 돌입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24일 마지막 종합국감만을 남겨둔 상황입니다. 행정부처 공직자들에게 국정감사란, 1년 중 가장 힘든 시간입니다.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막대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아울러 국회의원들이 어떤 주제로 질문을 해 올지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항상 '긴장DNA'를 몸 속에 내재해 놓고 있어야 하니, 피곤의 크기가 배가된다고들 합니다.
증인석에 앉아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호통을 모두 받아넘겨야 하는 기관장들의 고충도 상당합니다. 특히 이현동 국세청장은 취임 후 3번째 맞은 국정감사에서, 국감방해죄 명목으로 검찰고발까지 당하는 등 큰 '수난'을 겪었습니다.
아마도 2012년 10월11일 국세청에서 벌어졌던 소동은 많은 국민들의 뇌리 속에 기억되고, 역사 속에 기록될 것입니다. 또한 검찰고발을 당한 이현동 국세청장의 수난 또한 기억되고 또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밤을 꼬박 새는 등 동분서주한 국세청 실무자들의 노력은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다른 피감기관 실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밤 새워가며, 땀 흘린 그들의 노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못 했을 뿐더러,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일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직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일 뿐입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세청 국정감사는 오전 9시부터 4시간 넘도록 진행됐습니다. 당초 예정된 것은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전 피감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였고, 국세청 등 타 기관보다 장관급 부처인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일 대소동으로 국세청 국정감사가 파행되면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느라 상당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애초 오후 2시부터 예정됐던 종합감사는 3시간이 지연된, 5시10분부터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날 수많은 국세청 실무진들은 새벽길을 헤치고 출근, 답변자료 정리 등을 위해 사무실에서 노트북과 프린터 등 집기를 날라 와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옆에 진을 치고 하루종일 업무에 매달렸습니다.
오전 국정감사 일정이 점심시간을 꼬박 넘긴, 1시40분경 종료됐고 이내 2시30분 속개가 결정되면서 제대로 된 점심식사도 하지 못한 채 빵과 우유로 배를 채우고 일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된 야근에 입맛도 잃어버렸다는 한 국세청 직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문득문득 꼭 이렇게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푸념하기도 했습니다.
국세청 국정감사가 끝난 후 상당수 국세청 직원들은 짐을 챙겨 사무실로 돌아갔지만, 종합감사를 위해 현장에 남은 직원들은 밤 11시를 넘겨서까지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업무에 매진했다는 후문입니다.
당초 예정됐던 시간(오후 2시)에 맞춰 국회로 출동한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통계청 직원들 또한 10시간 가까이 국회에 묶여 고된 시간을 보냈다는 전언입니다.
비록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기억되지 않는다 해서 섭섭해 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이때의 일은, 추억이 될 테고 다시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추억을 남겼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흘린 땀의 댓가는 톡톡히 받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