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품 마진과세, 유방재건술 부가세 면제 등 '관심'
올해 조세소위 세법심의에서 논의될 부가세법 개정안들은 소득세, 법인세와 달리 증세논쟁에서는 다소 벗어난 분위기다.
최근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발언한 부가세 상향조정 발언이나 조세연구원의 부가세 인상검토 주장 등 대외적으로 세수확보를 위한 부가세 인상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소득계층과 관계없이 일률 부과되는 부가세의 특성상 정치권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회에 계류중인 부가세 관련 의원입법안 상당수가 세수감소 효과를 동반하는 감세성격의 법안들이다.
□ 10년 넘게 묵은 간이과세 논의, 이번엔 타결되나? = 지난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첫 국회에서도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조정과 관련된 입법안이 제시된 상황이다.
야권 의원들은 지난 1999년 이후 10년 이상 고정된 연매출 4800만원 이상인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상향조정 입법안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상금액은 8000만원(민주통합당 오제세 의원), 1억원(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는 세원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간이과세제도는 영세 자영업자 편의를 위해 세금계산서 교부의무를 면제해주고 부가세 신고·납부 등의 의무를 단순화해 납세비용을 줄여준다는 장점도 있으나, 허위 세금계산서로 인한 세원투명성 문제점도 거론되는 등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수감세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간이과세 기준을 800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부가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제도가 5년 이상 지속될 경우 세수감소액이 2~3조원에 이를 정도로 파급력이 큰 문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이런 의견들이 대립돼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 된 바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간이과세 제도는 되도록 줄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성을 잡은 상황"이라며 "음식업종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업체들은 의제매입세액공제 등 추가혜택이 있기 때문에 (간이과세 기준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세원투명성이 예년보다 개선됐고, 해외 간이과세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전히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지방소비세 지자체 이전비율 확대안 '봇물' = 지방소비세의 지자체 이전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지방소비세란 정부의 소득, 법인세 감세조치로 주민세 감소 등에 따른 지방세 세수부족을 고려해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자체에 보전해 주는 제도로,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됐다.
정치권은 어려운 지자체 세수여건을 고려해 현행 5%인 지방소비세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정당이나 의원별로 구체적인 인상비율은 다르지만 대체로 10~25% 사이의 입법안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주통합당 측에선 10%(신장용 의원 대표발의), 20%(문정호 의원 대표발의)안이 제시된 상황이며,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단계적으로 25%까지 지방소비세 이전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입법 발의했다.
최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도 "중장기적으로 지방소비세 이전 비율을 20%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며 지방소비세 인상논의에 지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방교부세율을 낮추는 입법안이 선행되지 않고선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지방소비세율 인하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결산심의에서 "지방소비세를 신설할 당시 교부세율을 낮추기로 했는데, 국회에서 교부세율을 낮춰주지 않았다"며 "내년부터 지방소비세 이전비율을 10%로 높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중고품 마진과세, 유방재건술 비과세 등 통과여부 '관심' = 이밖에 중고품에 대한 마진과세 도입여부도 올해 조세소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문제는 여야 모두 입법발의 한 상태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은 각각 중고자동차, 골동품 등 분야에 기존 매입세액공제 방식이 아닌 공급원가에서 매입가액을 차감한 순수 마진을 과세표준으로 부가세를 과세하는 입법안을 발의했다.
정치권은 중고품의 경우 매입원가가 다르고 실제 이익도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매입세액공제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프랑스, 독일, 영국 등 EU 국가들 상당수가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도입에 별다른 무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중고품 시장에만 예외로 마진과세를 인정할 경우, 부가세 매입공제 체계 전체를 뒤바꿔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되기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안통과에 따른 세수감소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유방재건술이 부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작년 7월부터 쌍거풀, 코, 유방확대술 등 미용목적 성형수술에 대해 과세하고 있지만, 유방재건술의 경우 과세전환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유방암 등 치료목적의 시술에 이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보형물 삽입 등 재건술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환자 및 의료계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유방암 등으로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유방재건술을 받을 경우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의 부가세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정부도 법안통과에 따른 예상되는 세수감소가 미미한 점, 업계의 의견이 지속되고 있고 면세이유도 일정 부분 타당하다는 측면을 고려해 해당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택시 부가세 면제 방안과 민주통합당에서 자영업자 지원대책으로 당론차원에서 제시한 음식업종 매입세액공제율 인상 방안,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기업 부가세 면제법안도 올해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