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적자의 수렁에 빠져 회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가전업계의 빅3 중 하나인 파나소닉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 회계연도 적자가 7천650억엔(약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해 일본 전자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파나소닉은 올해초 500억엔(68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중간 결산에서 6천851억 엔(9조3천억)의 적자를 내자 목표를 7천650억엔의 적자로 수정했다.
파나소닉 쇼크는 일본 가전업체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전자업체들의 경쟁력은 막강했다. 한국 기업들이 이들 기업을 뛰어 넘을 것을 예상하기는 쉽지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3대 가전회사는 스스로 무너졌다. 지속적으로 감원과 감산을 반복하며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적자의 늪을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양상이다.
소니도 2분기 순손실 155억엔(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TV 등 주력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7개 분기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연내 1만명을 감원하고 내년 3월까지 추가로 2천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샤프는 2분기 748억엔(1조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내며 적자전환했다. 시장전망치인 504억엔 적자보다 저조한 실적이다. 내년 3월 마감하는 2012 회계연도의 연결 순손실도 사상 최대 수준인 4천500억엔(6조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대만의 혼하이에 지분 10%를 팔고 6월에도 추가로 6%를 넘기기로 했다. 직원도 내년 3월까지 전체의 8.8%에 해당하는 5천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샤프의 굴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달 7일에는 우군으로 믿었던 혼하이가 출자 조건으로 샤프의 중소형 LCD 패널 사업을 분리한 뒤 양사의 합병회사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주요 경영진도 혼하이 인력으로 교체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마저 넘겨야할 운명에 처했다.
소니 등 일본 가전3사의 2007년 상반기 시가 총액은 16조엔(약218조원)이었다. 그후 5년이 지난 현재 시가 총액은 2조엔(약 27조원)으로 87.5%나 폭락했다. 쓰러져 가는 일본 전자기업들의 성적표이다.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파나소닉의 쓰가 가즈히로 사장은 "파나소닉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며 우리는 TV 등 본업에서 패배자가 됐다"고 말했다. TV 등 첨단 가전분야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이 주원인이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전자기업들의 경쟁력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구조조정을 실시해도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영컨설턴트인 이준영 박사는 “일본 전자기업들의 쇄락은 산업구조 개편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역적 결과”라면서 “우리 기업들도 지금은 잘나가지만 끊임없는 혁신과 자기변신 노력을 게을리 하면 일본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