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관문인 신입사원 채용의 시즌이 됐다.
최근 삼성그룹 응시자들이 치르는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 성적을 보니 삼성생명 합격자의 점수가 삼성전자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보험회사의 인기가 이같이 높은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필자가 보험회사 신입사원이 되었던 1980년대 초중반에는 보험회사 직원은 사윗감으로 꺼리는 직업이었다. 신부감의 어머니가 보험회사 직원에게 딸을 시집보내면 고생한다며 결혼에 반대하던 시절이다. 앞선 선배들은 더했다. 1960년대에는 보험설계사 일을 대부분이 화장품 외판원 아줌마들에게 맡겼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영업소 청소하고 조개탄 난로 피우면서 영업하던 때였다.
그러던 보험사 직원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됐다. 깔끔한 금융맨 이미지에 높은 보수가 매력적이어서다. 결혼시장에서도 보험사 직원들이 인기라니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시대마다 주력산업이 변하고 그에 따라 취업자의 직업선택 기준과 대학의 인기학과도 바뀌고 배우자감의 직업에 대한 선호도 바뀌었다.
농업이 기반산업이었던 일제 강점기와 1950년대에는 농림학교, 농과대학이 최고였다.
1960년대 경공업 위주로 수출드라이브를 걸던 시기는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이 각광을 받아 섬유공학과가 인기였다. 식량 자급을 위한 농산물 증산이 국가적 과제였기에 비료산업 육성이 절실했고 그로 인해 화학공학과에도 인재가 몰렸다.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투자와 중동건설 붐을 타고 기계공학과, 조선공학과와 건축공학과가 인기학과로 급부상했다. 그 당시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은 선망의 직장이었다. 외국근무에 대한 동경도 강하여 외국근무기회가 많은 삼성물산 등 종합상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지원자들도 많았다.
1980년대는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자공학과와 물리학과가 최고 인기학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대 입시에서 수석합격자는 의대지원자를 제치고 물리학과 아니면 전자공학과 지원자였다.
1990년대 들어서서 IMF구제금융 사태가 터지면서 제일은행, 한일은행, 상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문을 닫자 안정적인 월급쟁이의 대명사였던 은행원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이후 IT열풍이 불자 정보통신 관련 학과들에 인재들이 몰렸다. 안정적이고 사회적 인식이 좋은 의대의 인기도 좋았다. 의사 사위를 보려면 집, 자동차, 병원 등 세 개의 열쇠를 손에 쥐어 줘야 한다는 말이 마담뚜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2000년대 들어서 의대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대학의 의예과, 한의예과를 다 채우고 나서야 서울공대로 지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짧은 역사를 통해 살펴볼 때 인기 직종의 인기가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과나 직업을 선택할 때 향후 해당 산업이 쇠퇴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다. 의사라는 직업의 인기가 그럴지도 모른다. 외국에 사는 동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가 가장 부럽다고 한다.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의사들의 수입구조가 좋지 않다는 말이다.
찢어진 사람 살 꿰매는 것이 양복 찢어진 것 깁는 것보다 싸고, 아기 출산비용이 강아지 출산비용보다 싸며 산부인과 하루 입원비가 여인숙 숙박비보다 싸서는 의사들도 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매년 몇 천명의 새로운 의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요사이 보험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불황과 저금리 지속, 시장 포화, 보험상품 경쟁력 상실 등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험업계 임직원들이 슬기롭게 대처하여 부디 보험회사에 입사한 후배들이 자신들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