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30분을 전후해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에는 곱게 차려입은 일단의 손님들이 웃는 얼굴로 들어섰습니다. 이들은 지난 15일 발표된 국세청 복수직 서기관(4급) 승진자 32명의 가족들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가정일도 뒤로한 채 국세행정 발전을 위해 매진해 온 32명의 승진자들에게 이현동 국세청장이 마련한 특별한 임명장 수여식이 이날 수송동 국세청사 5층 회의실에서 진행됐습니다.
과거 임명장 수여식은 근엄한 표정의 국세청장 앞에서 '차렷자세'로 로봇처럼 임명장을 수여받고 사진촬영을 하는 의례적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배우자의 승진을 위해 남몰래 내조 혹은 외조(여성 서기관 승진자의 배우자)에 힘쓴 가족을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이현동 국세청장의 제안으로 지난 5월부터 과거와는 다른 '파티형' 임명장 수여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은 지난 5월 첫 파티형 수여식에 비해 분위기가 더욱 '달달'했습니다. 공식 행사 시작에 앞서 승진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눈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회의실 벽면 스크린을 통해 상영, 승진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이어 이현동 국세청장이 승진자 한 명 한 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사진촬영을 했습니다. 32명에게 모두 임명장이 수여되고 뒤이어 동안양 세무서 출신 직원들이 결성한 'D-밴드'의 화려한 축하공연도 진행됐습니다.
이 국세청장은 "서기관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집으로치면 이제 서까래에서 대들보로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가족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이후 승진자들이 속한 각 국.실 및 과 직원들이 출연한 축하 영상메시지가 상영되자, 행사장은 웃음으로 물들었습니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 승진자들과 가족들은 환한 얼굴로 사진촬영을 하며 이 날의 기억을 머릿속에 새겨 넣었습니다.
특히 이날 행사장 앞에는 이 국세청장의 캐리커쳐 간판이 곁들여진 '포토존'이 설치돼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짧게는 십 여년, 길게는 20∼30년 고난의 길을 걸어온 끝에 '가문의 영광'이라는 서기관 승진 임명장을 거머쥔 이들에게 허락된 오늘 하루는 고진감래라는 고사가 딱 들어맞는 날일 것입니다.
비록 종이 한 장에 불과한 임명장이지만, 이들에게는 남몰래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일 것입니다. 아울러 한 장의 임명장은 그들의 지난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귀중한 증거물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