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법원에 애플과 HTC의 상세한 합의문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애플과의 소송에 대한 입장변화가 있는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IT전문 매체인 씨넷을 비롯한 외신들은 “삼성이 지난주 애플과 HTC 사이에 합의된 법적분쟁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두 회사가 합의한 특허권 사용과 관련된 합의문 사본을 제출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1일 발표된 합의문에서 애플과 HTC는 두 회사 사이의 치열한 법적분쟁을 끝냈다고 밝혔으나 협상 내용과 보상금액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외신들은 특허사무소의 분석을 빌어 HTC가 스마트폰 한 대당 6~8달러, 연간 3000천억원의 특허료를 낼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은 지금까지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포함한 대부분의 특허에 대해 다른 회사와 극히 제한된 일부분만 공유하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애플과의 소송에서 삼성 측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킨 이마누엘 로버트 베처는 “애플은 문제 해결의 핵심인 독특한 사용자 경험이 포함된 특허의 일부를 다른 회사와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애플의 특허권 라이선스 이사 보리스 텍슬러도 “특허권에 대한 공유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과 HTC의 합의는 애플의 입장변화를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삼성과의 소송에서도 해법을 찾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의 특허에 대한 시각의 변화 조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해 10월 “안드로이드 진영을 파괴시키기 위해서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적대적이었다. 그 대상이 HTC와 삼성이었음은 물론이다. 최대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스콧 포스톨도 제거한 팀 쿡으로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첫 결과물이 HTC와의 합의로 볼 수 있다.
또한 소송을 통해 더 이상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뿐이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애플은 그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특허를 남용해 소송을 남발해 왔다. 심지어 채소가게나 커피점마저 소송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이미지가 나빠졌다. 특히 영국에서의 소송은 애플에게 치명적인 굴욕을 가져왔으며 제품에 대한 재구매 의사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얻을 게 없는 HTC와의 소송을 마무리하고 삼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지는 HTC와 소송전을 장기전으로 몰고가봤자 실익이 적은 소송이어서 신속히 마무리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대적인 안드로이드 진영인 HTC와 상호 라이선스에 합의한 것은 매우 큰 변화이다. 삼성과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삼성의 요구대로 합의문을 제출하게 된다면 합의한 특허권의 범위와 금액 등이 정확하게 밝혀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평화적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
지난 11일 애플과 HTC와의 협상 종결발표 이후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플과 삼성의 화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관측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모바일부문 신종균사장은 지난14일 “애플과 협상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16일 오전(현지시간)까지만 해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과 애플은 내년 법정에서 맞설 두 번째 특허 침해 소송에 갤럭시노트, 갤럭시S3, 젤리빈, 아이폰5를 각각 추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낸 요구서에서 “HTC와 애플사이의 사건에 포함된 바운스 백과 스크롤링, 줌잉과 같은 기능들이 삼성과의 소송에서도 중복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 측 베처 변호사가 “이 소송은 특허를 통해 삼성전자의 판매를 영구히 중지시키려는 애플의 행동에 대한 반대소송”이라며 “상당한 손해가 의미하고 있는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금전적 배상이 적절하냐 여부”라고 주장해 그동안 강경했던 삼성의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제출한 요구서에 관련된 논평을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