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미국 연비과장 파문을 계기로 국내 자동차업계도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벤츠의 마이바흐와 BMW의 롤스로이스는 닮은점이 많다. 우선 이들 브랜드는 모자(母子) 관계이다. 그리고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는 프리미엄급을 뛰어넘는 슈퍼브랜드이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강자들은 한지붕 아래 다른 브랜드를 갖고 얼기설기 모여사는 모습이다.
토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도 모자관계이다. 현대-기아는 현대차 그룹의 지배하에 있으며 서로 공생하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애마로 널리 알려진 마이바흐는 독일 명차인 벤츠와 함께 메르세데스 그룹의 브랜드다.
◆…88억원짜리 마이바흐. 출처 : 유튜브
BMW 그룹은 BMW, 롤스로이스, MINI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고 있고 모터사이클인 모토라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일본의 토요타는 해외시장에서 기존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럭셔리 브랜드로 렉서스를 내놨다. 닛산도 마찬가지로 인피니티를 탄생시켰다. 럭셔리 세단으로 유명한 캐딜락과 밴 차량으로 유명한 GMC는 모두 미국 GM 산하의 브랜드다. 머큐리, 링컨, 재규어 등은 포드 자동차 식구들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후에도 개성이 다른 브랜드를 억지로 통합하는 것보다 각각 유지하면서 시장세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그룹의 마이바흐가 최상위 고급세단을 공략하고 벤츠가 그 아래의 라인업에서 시장을 공략한다. GM은 세단시장은 시보레와 캐딜락이 주도하고 있으며, RV에서는 GMC가 주력하는 방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각각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전략은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통합 브랜드는 한번의 사고로 일순간에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개별브랜드가 있다면 피해를 해당 브랜드로 한정시킬 수 있다.
토요타의 경우 렉서스가 수많은 리콜로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을 때 토요타 브랜드는 비교적 렉서스에 비해 덜 피해를 봤다. 또 지난 3월 GM산하 시보레와 GMC가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지만 고급세단 브랜드인 캐딜락은 판매량 저하와 이미지 하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외국과 같은 모자브랜드를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 기아차 오피러스, GM대우 알페온 등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독립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는 정도다.
최근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연비과장 파문처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