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대중교통 포함여부를 놓고 국론이 분열될 조짐이다. 21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대중교통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화가 단단히 난 버스업계는 22일 0시를 기해 총파업을 선언한 상황. 이에 따라 당장 출근길 대란 등 국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해졌다.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법안처리를 강행할 방침. 하지만 정부까지 나서서 국회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어 상황은 더욱 혼돈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 거세게 반발하는 버스업계, '총파업' 강행 = 정치권은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처리, 본회의 회부를 결정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 정치권의 동향을 주시하던 버스업계도 당초 정한 방침대로 총파업 강행을 결정했다.
버스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연간 약 1조원 정도 지원이 이뤄지는 버스업계 재정지원이 택시업계가 '대중교통' 범주에 들어오면서 분산될 것을 염려하는 것. 두 번째는 버스전용차로를 택시가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교통체증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현재 연간 약 1조원의 버스업계 재정지원과는 별도로 택시업계에 재정을 지원하고, 버스전용차로 이용은 도로교통법 개정사항으로 이번 대중교통법 개정안과는 상관이 없다는 말로 버스업계를 달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해양위원회 이윤석 민주통합당 간사는 이와 관련 "이 법의 통과로 당장 재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며 "택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일 뿐이고, 추후 재정지원은 정부와 국회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코 버스에 지원되는 예산이 택시로 분할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는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운행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포함되었지만 법안심사과정에서 시민의 불편을 감안해 삭제됐고, 이는 택시업계도 수긍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버스업계가 총파업을 할 경우 당장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상황에 놓인 정부도 정치권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해 줄 것을 정치권에 공식 요청했다.
이미 정치권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도 강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마련한 대중교통 소득공제 제도에 택시가 포함될 경우, 추가적인 재정부담이 수반되는 점을 감안해 반대입장을 표했다. 재정부가 마련한 대중교통 소득공제 대상은 버스와 지하철이며 최대 1000억원 가량의 세수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택시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세수감소분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 추가적으로 최대 300억원 가량의 세수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재정부는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대중교통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정치권이 버스업계 설득논리로 내세우는 택시업계에 대한 재정지원 때문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세수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버스업계에 지원되는 수준의 재정지원이 택시업계에 이뤄진다면,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대선 표심 의식한 '표(票)퓰리즘(?)' = 사실 택시의 대중교통수단 인정은 해묵은 논란거리이다. 지난 2004년 의원 입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17·18대 국회 때 각각 3건과 6건의 의원 입법안이 제안됐지만 모두 폐기된바 있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택시 대중교통수단 인정 법안이 등장했다. 민주통합당은 당론으로 대중교통법 개정안 처리를 주장해 왔으며, 새누리당도 택시업계 지원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에 국토해양위와 법사위 처리과정에서 여·야간 이견이 없었다.
택시 대중교통 인정 법안에 대해 약 30만명으로 추산되는 택시업계 종사자와 택시가 '여론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다는 것을 의식, 정치권이 너무 졸속으로 추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재정 건정성을 생각하지 않고 선심성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상황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운명의 22일, 업계의 이해관계와 정부의 반대 입장을 뚫고 택시 대중교통 인정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