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환경 분야 위상 격상…정식 사무국 내년 6월께 입주
정부, 국제기구 추가 유치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
우리나라는 올해 녹색기후기금(GCF)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8일(현지시각) 카타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는 인천 송도에 GCF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한 지난 10월의 이사회 결정을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GCF는 환경 분야 세계은행(WB)으로 불릴 만큼 중량감이 큰 기구다.
국제기구 불모지인 한국이 독일 등 강대국과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승리자가 됐다. 이 때문에 2012년 국제기구 유치전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주 인력과 관련 국제회의 개최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비스업 선진화 등 효과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환경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리더십이 격상되는 무형의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가칭 'GCF 기획단'을 구성해 법ㆍ제도 정비, 상주 외국인력의 정주 여건 개선 등 GCF의 조기 출범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되돌아본 GCF 선정 투표…'막판 뒤집기' 성공
지난 10월 20일 GCF 2차 이사회가 열린 송도컨벤시아는 유치신청국간 신경전이 팽배했다.
이사회 기간에 여섯 차례나 회의를 열어 투표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투표 당일에도 이견이 나타났다. 탈락한 국가에만 결과를 알려주는 것으로 합의한 끝에 이날 오전 10시20분께 투표가 진행될 수 있었다.
투표는 '멀티플 라운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치 신청국 6개국 가운데 매회 득표수가 가장 낮은 국가가 차례로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국가가 유치국이 되는 방식이다. 최종 라운드에서 우리나라는 독일과 경합한 끝에 유치국으로 뽑혔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GCF 유치에 나설 때만 해도 정부 내부에서조차 승산이 높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국제기구를 다수 유치한 독일과 스위스 등 강력한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기후변화 분야의 원조 규모가 세계 2위인 '강호'였다.
막판 뒤집기 성공에는 상대의 장점을 역이용한 전술이 주효했다. 유럽은 이미 국제기구를 많이 유치했으니 GCF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시아지역에 설립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 GCF 이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한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국제 수준의 특권면제 보장, 건물, 운영비, 능력배양기금 지원 등 우리나라가 제시한 전방위 지원조건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GCF 이사회 개최 전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KOAFEC)가 서울에서 열리는 행운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표심'이 우리나라로 몰린 것이 투표에서 독일을 물리치게 된 원동력이 됐다는 후문이 있다.
◇GCF 3천800억 경제적 효과…환경 분야 韓 리더십 강화 기대
GCF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다. 2010년 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16차 당사국총회(COP)에서 이 기금의 설립이 승인됐다.
당시 총회에서 선진국은 2010~2012년 300억 달러의 긴급재원을 지원하고,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의 장기재원을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GCF는 이 장기재원의 상당 부분을 조달하고 집행하는 것을 담당한다.
GCF는 독립 사무국을 둔다. 우리나라가 유치에 성공한 것은 바로 이 사무국이다. 현재 임시 사무국은 독일 본에 있다.
GCF 사무국 유치로 적지 않은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GCF 상주 직원이 먹고 자는 데 쓰는 돈이 적지 않을 것이다. 초기 상주인력은 100~200명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수천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마닐라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국 직원 수는 2천명이다. 기금 규모가 국제통화기금(IMF)을 넘어설 것을 고려하면 GCF 직원수가 8천명 이상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있다.
환경 관련 국제회의 개최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도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재원 500명을 기준으로 연간 3천8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동산 시장은 'GCF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GCF 사무국 유치 이후 열흘 동안 송도 지역 6개 미분양 단지에서 760여건의 계약이 이뤄지고, 사무국 유치 이전보다 매도 호가가 수천만원 이상 오르는 등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환경 분야에서 우리나라 위상은 더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가 신설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성장기술센터(GTC)와 함께 녹생성장 관련 지식-기술-자금의 세 요소가 협력 체계를 갖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GCF의 순항을 점칠 수 없어 유치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GCF 사무국 유치 그 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상주인원이나 기금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전망은 사실상 거품"이라고 비판했다.
◇GCF 사무국 내년 6월 정식 입주할 듯
남은 절차는 GCF 측과 본부협정 체결이다. 우리나라는 이 협정에 따라 공약한 사항을 이행해 나가면 된다.
GCF의 정식 사무국의 입주는 내년 6~7월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월 베를린에서 열리는 GCF 이사회에서 사무국장이 선출되고, 이 사무국장이 직원을 뽑는 일정을 고려한 전망이다.
임시 사무국이 입주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입주 협의를 위한 선발대가 내년 초 송도를 찾을 예정이다.
정부는 유치 성공 후 관계부처 1급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법ㆍ제도 정비, 상주 외국인력의 정주 여건 개선, 향후 재원 조성과 집행 등을 검토했다.
지난달엔 국제기구 추가 유치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GCF란 '월척'을 낚은 실적을 기반으로 추가로 국제기구 유치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국제기구 유치 측면에서 보면 후진국이다. 유치 국제기구 수는 최근 확정된 아ㆍ태 재정협력체(PEMNA)를 포함해 모두 44개다. 일본 270개, 태국 133개, 싱가포르 86개, 필리핀 75개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유치한 국제기구의 2/3가량이 상주 근무인원이 10명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우리 정부의 예산만으로 운영되는 '무늬만' 국제기구인 곳도 28개에 달한다.
정부는 선진국의 주요 사례를 참고해 GCF 등 국제기구와 근무 직원에 획기적인 유인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국제기구에 토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면세혜택을 부여, 특별비자 발급 등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칭 'GCF 기획단'을 구성해 GCF의 조기 출범도 지원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