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업종의 황제주 롯데제과가 비틀거리고 있다.
주가는 연초대비 15%나 하락했고 3분기까지 누적실적도 시원찮다. 주력사업인 제과, 빙과부문 모두 정체 상태고 중국에 진출한 제과사업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올해는 업계 전체적으로 제품가격 인상이라는 긍정적 요인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 등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불투명한 사업전망이 회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제과부문 맞수인 오리온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제과사업의 순항으로 주가는 57%나 뛰어 롯데제과의 황제주 자리를 넘보게 됐다.
2012년 주가상승률 업종 내 최하위, 실적도 부진
올해 음식료 업종지수는 연초대비 21.7% 상승하며 KOSPI 수익률을 16.3%포인트 상회했다. 제품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향상, 경기둔화 우려 속에 방어주로서의 투자매력 부각,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 등 영업환경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좋은 여건 속에서도 롯데제과는 업종 내 19개 주요기업중 주가상승률이 연초 대비 –15%(지난 7일 종가 기준)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IBK투자증권 박애란 연구원의 분석보고서를 보면 거래소에 상장되어있는 음식료 업종 주요 기업의 연초대비 주가상승률은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으로 빙그레, 동원산업, 매일유업, 대상, 오리온 등의 순으로 5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에 국순당, 사조산업, 롯데제과 3개사는 수익률이 연초보다 떨어졌다.
롯데와 제과업종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오리온과 지난 3분기 실적을 비교해 보면 롯데제과의 실적은 초라하다.
롯데제과의 9월말까지 누적 매출은 1조402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3846억원 대비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오리온은 1조7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858억원보다 27.64% 증가해 대조적이다.
영업이익은 더 초라하다. 롯데제과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1521억원보다 23.4% 줄었다. 판매관리비 등 원가율이 60.6%에서 63.1%로 2.5%포인트 증가한 것이 실적 악화의 요인이 됐다.
하지만 오리온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441억원으로 전년 동기 1776억보다 37.4% 늘었다. 원가율이 56.5%에서 55.6%로 0.9%포인트 하락해 이익증가에 일조를 했다.
애널리스트들 시각 싸늘...목표주가 강등 수모
모든 것은 주가에 물어보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주가의 움직임을 보면 그 회사의 현재 상황과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제과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롯데제과를 분석한 보고서는 지난 9월17일 우리투자증권 이후 3개월여가 흐르도록 새 보고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증권사가 분석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제과에 대해 "펀더멘털 개선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반제과 부문은 산업 전반의 수요 감소로 인해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빙과 부문은 가격 표시제 실시로 인해 점유율이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해외부문은 중국사업이 정착을 못하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하반기 마케팅 등 비용증가 요인이 있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목표주가를 195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낮췄다.
올해 음식료업종 수익률이 KOSPI 상승률을 뛰어 넘고 업종 내 많은 기업이 호실적으로 목표주가가 오르는 추세 속에 롯데제과는 역으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황제주 자리 흔들... 오리온에 넘겨주나?
이에 비해 오리온은 여러 증권사에서 업종 내 최선호 종목으로 선정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IBK투자증권 박애란 연구원은 지난달 오리온을 업종 내 TOP픽 종목으로 소개하면서 목표주가를 155만원으로 상향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사업의 안정성과 해외사업의 성장성을 겸비한 기업”이라며 “1995년 중국 진출 후 2위 기업으로 견고히 자리 잡았으며 영업지역 확장과 신제품 출시여력, 유통채널 변화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다며 목표가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머지않아 주식시장에서 오리온이 황제주의 자리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 한해 주가상승률을 비교해보면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170만7천원에서 7일 종가 144만5천원으로 –15.3% 하락했다. 반면에 오리온은 67만8천원에서 106만4천원으로 56.9%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이제 두 회사의 주가차이는 38만1000원으로 좁혀졌다. 연초에 두 회사의 주가 차이가 102만9천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리온의 상승기세가 대단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제과가 산업 내 트렌드 변화와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에 대한 대응과 마케팅 및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던 것이 현재의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