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조세소위, 납입한도 10년→7년 단축 합의
내년 초 제도 도입, 금융권 '상품' 준비 분주
은행별 이자율 달라…가입 전 꼼꼼히 따져야
과거 고금리 시대 '신입 사원 1호 통장'으로 불리며 월급쟁이들의 대표 저축 상품으로 군림했던 근로자 비과세 저축(이하 재형저축)이 지난 1995년 폐지된 이후 18년 만에 전격 부활된다.
이에 따라 재형저축 상품 출시 및 가입자 유치를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14일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조세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재형저축 이자 소득세 면제 방안이 일부 수정된 형태로 합의된 상태다. 대통령 선거 이후 재개될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면,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당초 정부는 가입 기간 10년, 이자 소득세 면제 기한 15년으로 제도를 설계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입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일부 지적을 받아들여 의무 가입 기간 7년, 면제 기한 10년으로 각각 조정됐다.
□ 재형저축, 전격 부활된 배경은? = 재형저축은 지난 1976년 근로자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최초로 도입된 뒤, 1995년 재정 부담을 느낀 정부가 제도를 폐지할 때까지 20년 동안 파격적인 세제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금융 상품.
특히 당시 10% 이상 고금리 시대에 이자 소득세 면제는 엄청난 '특혜'였다. 장기 적립식 예금의 복리 구조 특징상 그야말로 '이자가 이자를 낳는' 황금알에 비유될 만큼 실질적인 자산 증식 효과가 높았다.
정부가 재정 부담을 느낄 정도로 재형저축의 인지도와 가입률은 상당히 높았다. 실제로 지난 1980∼1990년대 가계 저축률은 20%대 초·중반으로 3∼4%대에 머물고 있는 최근의 5∼6배에 달했다.
정부가 이번에 재형저축을 전격 부활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중산층의 자산 형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3500만원 이하 사업자를 재형저축 가입 요건으로 설정한 것에서도 엿보인다.
정부는 재형저축 세제 혜택 부활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 최대 1억2000만원 예금까지 '비과세' = 정부는 재원을 고려해 재형저축 비과세 납입 한도를 연간 1200만원으로 한정했다. 한 달에 100만원까지만 비과세로 인정되는 셈.
당초 정부는 만기 10년 이상 저축 상품에 한해 세제 혜택을 주도록 제도를 설계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의무 가입 기간이 7년으로 단축됐고, 만기 도래 시 연장 기간도 3년으로 줄여 최대 10년 불입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으로 수정됐다.
이럴 경우 연간 1200만원, 최대 1억2000만원의 예금액에서 발생되는 이자 소득세가 면제될 전망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기준금리 2%대의 초저금리 시대인 만큼, 예전의 파격적 혜택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시중금리 등을 고려할 때 가구당 7∼10년 사이 약 500∼600만원 상당의 이자 수익을 세금 없이 자산으로 불릴 수 있다.
만약 급전이 필요해서 의무 가입 기한인 7년 안에 중도 해지하면 면제된 세금이 고스란히 부과되며, 2015년 이전에 저축 상품에 가입해야 혜택이 부여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가입해야 세금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될 점은 가입 상품 선택 시 개별 금융회사가 제안한 금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특별히 재형저축에 대한 이자율을 설정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각 은행에서 만들어 내놓는 상품별로 이자율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라 아무리 높게 설정하더라도 이자율이 4%를 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 국회에 쏠린 금융권의 눈들, 상품 출시 언제쯤? = 일단 재형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내년 1월1일부터 개시되지만, 2015년 12월31일 이전 가입자까지 혜택이 적용되는 만큼 근로자들 입장에서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다만 의무 가입 기한이 상당히 장기간(7년)이기 때문에 보폭을 빨리 해 미리 계좌를 개설해 두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한 것이 사실. 금융권은 현재 재형저축 부활과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아직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재형저축 입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은 저축 상품을 내놓기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복잡한 설계가 필요 없고, 이자율만 설정하면 되는 일반 저축 상품과 구조가 같기 때문에 상품 출시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장 내년 초 상품 판매에 들어가기는 어렵겠지만, 정책적 문제가 해결되면 상품이 출시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재형저축 도입과 연계해,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재테크와 세테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품들이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재형저축은 장기적으로 재테크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태옥 신한은행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연말정산 혜택이나 각종 재테크 금융 상품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여건이 된다면 근로자들은 재형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