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2012년 10대 은퇴 이슈를 발표하고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드가와 빠삐용 중에서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드가‘ 형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빠삐용‘ 형이 되어 노후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10대 은퇴 이슈 중에서 노후 준비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 개인연금 필요성이 확산되었는데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것이 제일 큰 영향을 미친 이슈로 선정되었다.
◆ 개인연금 필요성 인식 확산
노후 준비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면서 대표적인 노후소득원으로 연금이 인기를 모았다. 노후에 월급처럼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품이란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국민연금 및 퇴직연금과 함께 3층 보장을 완성하는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발행한 금융소비자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연금저축상품 가입건수가 총 631만 5천 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생명보험사 상품이 294만 7천 건으로 전체의 46.7%를 차지했다.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납입한 금액을 적립해서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장기저축상품이다. 은퇴가 임박해 10년 이상을 저축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동안 모아 둔 목돈을 보험회사 등에 한꺼번에 맡기고 연금을 받는 즉시연금을 이용하기도 했다.
연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선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주의 개인연금 가입률이 31.3%에 그쳤다. 노후에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매월 내 통장으로 월급처럼 들어오는 평생소득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개인연금을 더 준비해야 한다.
◆ 하우스푸어 57만 가구
올해 집값은 그야말로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집을 사느라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집을 처분하려고 내놓아도, 집값이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생각에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거래는 지지부진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이젠 기억하기도 어려운 옛말이 됐고, 하우스푸어가 속출했다. 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가 57만 가구로 나타났다.
은퇴가 임박한 사람들의 상황은 다급하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인 상황에서, 은퇴를 앞둔 사람들로선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이 떨어지면 노후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시세가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 가입을 서두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제라도 집을 팔아 부동산 비중을 줄여보고 싶지만,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아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은 노후 준비를 위해선 젊어서부터 부동산 자산과 금융자산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 50대, 자영업자의 30% 돌파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 퇴직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선 게 배경이다. 구조조정으로 5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뒀지만 은퇴하기엔 너무 이르고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라서 불가피하게 창업을 택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자영업자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50대 자영업자가 눈에 띄게 늘며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중소기업연구원 분석)를 넘어섰다.
퇴직 후 재취업이 쉽지 않아 창업전선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하다 보니 준비기간이 부족한데다, 음식점, 호프집 등 이미 경쟁이 치열한 일부 업종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신규 창업자의 절반이 3년 내에 문을 닫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자영업 대란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 노후 준비 교육 인기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은 올해 더 뜨거웠다. 은퇴 후 40년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더욱 확산된 것이다.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및 기업이 주최한 각종 은퇴 준비 행사와 잇따라 등장한 은퇴연구소들이 이런 공감대 확산을 이끌었다. 예비 은퇴자들이 자신의 은퇴준비 상태를 진단해볼 수 있는 다양한 은퇴준비지수도 개발됐는데,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한 은퇴지수를 내놓은 데 이어 증권사, 은행, 정부에서도 은퇴지수를 발표하며 은퇴 준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지난 9월엔 국내 최초의 생애설계포탈 ‘스마트라이프디자인’(www.smartlifedesign.co.kr)이 열려 은퇴 준비를 위한 정보와 소통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 퇴직 후 실제로 은퇴하는 연령, 70세
‘정년퇴직’과 ‘은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50대 중·후반에 정년퇴직한 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 사실상 은퇴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탓에 ‘정년퇴직=은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된 것이다. 정년퇴직이라도 했다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정년 전에 조기퇴직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정년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50대 퇴직’을 ‘은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50대에 퇴직한 사람들 가운데 자신을 은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후 준비가 부족하고, 부양해야 할 자녀와 가족이 있어서 더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질 은퇴연령은 어떤 형태로든 보수를 받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나이를 말한다.
올해 7월 OECD가 회원국 남성들의 실질 은퇴연령을 발표했다. 한국이 70.3세로 멕시코 72.2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나이 들어서도 자신이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일견 축복이다. 그러나 노후 준비를 못해서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일해야 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실질 은퇴연령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노후 준비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
◆ 60세 정년 연장 논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내걸어 논란이 일었다. 이런 공약이 현실화돼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된다면, 50대 초·중반에 퇴직해 은퇴 시기까지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로선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들이 정년을 연장하도록 유도하더라도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고, 청년층 일자리 창출과 정년 연장이 상충될 수 있다는 주장을 감안하면 많은 기업들이 이런 방침을 수용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과 시간이 필요하다.
퇴직 시기를 최대한 늦춰 가능하면 오랫동안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정년 연장에 대해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지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관심과 함께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이 희망하는 나이보다 일찍 퇴직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미리부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노인 기준 나이 상향조정 움직임
몇 세가 되면 노인일까? 상당수 노인 관련 제도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대접하지만, 노인의 연령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65세가 넘은 사람들은 노인의 연령 기준을 어떻게 생각할까. 올해 6월 보건복지부가 전국 65세 이상 1만1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7%가 70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답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데 맞춰 노인의 연령 기준도 조정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도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또는 75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회적으로는 노인 관련 각종 제도의 수혜자를 정하기 위해, 노인의 연령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선 약간 얘기가 달라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법이나 제도적으로 규정된 노인 연령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노후 생활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 국민연금 가입자 2천만 명 시대
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2천만 명을 넘어섰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한 후 24년만이다. 국민연금은 노후 대책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입자가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50대 이상 남성의 가입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으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던 자영업자 등의 지역가입자도 가입률이 크게 늘었다.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전업주부들 또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연금의 인기를 증명했다.
국민연금은 물가가 오르는 만큼 연금액도 올려주기 때문에 노후에 수십 년간 연금을 받으면서도 물가상승에 따른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 매월 받는 연금이 50만 원인데, 20년간 매년 물가가 3%씩 오른다면, 20년 후 연금의 가치는 27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물가상승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50만 원의 가치가 거의 유지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한다면 국민연금 외에도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을 통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 경제성장 2%대 전망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저성장 시대에 대한 걱정이다.
저성장은 노후 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개인이나 가계는 그만큼 소득이 줄어든다. 돈벌이가 시원찮게 되니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노후 준비도 소홀해진다. 그렇다고 100세 시대에 노후 대비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힘들더라도 최대한 아껴서 노후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 귀농귀촌 붐
노후를 농촌에서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노후 대비가 충분하진 않지만, 도시에서 무리하게 창업하기 보다는 아예 시골로 내려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귀농귀촌 인구는 8706가구 1만7745명에 달했다. 2010년 4067가구의 2배가 넘고, 2011년 1만503가구의 절반을 이미 뛰어넘었다. 올 한해로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귀농귀촌 붐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생활에 지쳐 노후를 자연 속에서 보내고 싶은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리한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이 농촌생활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곳의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