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과세대상 개념 명확화 필요"
당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던 샤넬, 에르메스 등 '사치성 고가 가방'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가 1년 유예될 전망이다.
28일 국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조세소위원회 논의결과를 통해 고가 가방 개별소비세 과세가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번에 과세 시행시기가 전격적으로 미뤄진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법안 설계 자체가 미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세시기가 1년 늦춰진 이유는 업계 준비기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했고, 정부가 구체적인 과세대상을 세법 시행령에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에는 과세대상이 출고가 200만원을 초과 '고가 가방'으로 규정됐다.
이는 대체로 샤넬, 에르메스 등 유럽산 고가 제품을 과세대상으로 한 것이나, 개별 세법에 직접적인 과세대상 제품명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보편적인 '고가 가방'이라는 명칭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세법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개정안이 과세대상으로 지정한 '고가 가방'에는 당초 정부가 과세를 의도한 '핸드백' 종류를 제외한 악기케이스, 골프백 등도 포함될 소지가 있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재정부 관계자는 "당초 과세대상은 고가 핸드백이었는데, 이 부분이 세법에 '고가 가방'으로 포괄적으로 표현되면서 악기케이스, 골프백 등 의도하지 않은 품목도 과세대상에 포함될 소지가 생겼다"며 "이 부분을 핸드백 등 당초 계획한 과세품목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래 세법이 통과되면 이듬해 1~2월경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을 보완하는 작업을 하는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아예 과세시기를 1년 더 미루기로 결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관련 업체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만한 상황.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당초 정부가 과세방침을 정한 뒤에도 관련 업계는 전혀 미동도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통상 정부가 세법을 고안할 때 관련 업체 의견을 묻고 과세시기, 세율 등을 조율하는데 과세여부 자체에 대해 제조사들이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보통 새롭게 과세대상에 추가되면 관련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과세시기, 세율 등에 대해 문의를 하고 업계상황을 설명하는 등 조율작업을 거치기 마련인데, 제도설계 과정에서 제조사들은 그 어떤 문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제품 특성상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더 늘어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미비한 제도설계로 연간 400~500억원 상당의 세수확대 방안이 1년 미뤄지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