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별 감면사례 표준화…순차적 금리 차감
기존 은행 중심의 금리체계, 고객중심 전환
28일 IBK기업은행은 내년부터 가산금리 체계를 전면 폐지하고 감면금리 체계를 은행권 최초로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기업은행 50년만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라고까지 표현한 감면금리 체계는 기존 은행권의 가산금리 체계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보통 시중은행은 기준금리에 대출자의 신용도와 리스크를 고려해 금리를 가산하거나 일정한 조건이 되면 금리를 깎아 주는 감면금리를 모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에서 고객의 신용 정도를 판단해 금리를 가산하는 체계는 대출 고객과 은행간 마찰의 빌미가 되면서 민원의 소지가 되어 왔다.
기업은행이 고객 친화형 금리체계를 표방하며 내놓은 감면금리 체계는 창업기업이나 장기거래고객 등 고객별로 다양한 감면사례를 표준화·정형화해 순차적으로 금리를 차감·감면하도록 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내년부터 신용등급별로 12단계 금리상한선을 두고 4%대 부터 9.5%까지 가산금리는 전면 폐지되고 감면금리 체계로 전환하게 된다. 또 감면금리 기준도 유형별로 정형화 해 신용등급별로 상한선 역할을 하는 기준금리를 두게 된다.
예를 들어 감면기준은 정책감면(협약대출 이차보전율 등), 상품감면(창업대출 등), 고객감면(패밀리기업 등), 담보감면(보증부대출 등) 등으로 유형화 된다. 감면은 정책→상품→고객→담보 등의 순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고객들은 자신이 감면 사항에 해당될 경우 은행에서 제시한 기본 금리에서 깎아 가면 되기 때문에 은행 임의로 금리를 가산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대출금리 결정 방식을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중심의 금리체계로 볼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에서는 가산금리에 따른 고객불만이 커지자 전 은행권에 고객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가산금리 체계를 수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기업은행이 가산금리를 전면 폐지하고 더 나아가 감면금리 체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이 같은 당국의 요구를 뛰어 넘는 발상이었던 셈.
문제는 감면금리 체계를 전면 도입함에 따른 은행의 손익 영향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은 자체 연구소와 여신기획부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하고,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예상되는 문제점을 장기간 검토하도록 하는 등 공을 들여 왔던 것.
이와 관련 권선주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은 "감면금리 체계가 도입되면 기존 지점장 전결 가산금리도 전면 폐지된다"며 "고객중심의 새로운 금리체계 도입으로 인해 어느 정도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조 은행장은 27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간담회에서 "가산 체계를 폐지하고 감면으로 가야겠다는 것은 지난 2년간 영업 현장을 34번 다니면서 느낀 것"이라며 "가산금리 체계는 100개를 잘해도 1개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결국 1등 은행으로 가려면 가산금리 체계를 손을 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존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어렵고 불투명해 고객불만이 많았다"며 "감면금리 체계는 대한민국 금융 사상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대출금리 운영체계로 고객 불신이 줄어들고 그만큼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