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택시에 재정을 지원하는 이른바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자 청와대는 거부권을 둘러싸고 고심이 역력한 표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해야 하느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다"면서 "택시법이 이달 중 국무회의에 넘어오면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과 국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택시법 대신 종합대책안을 만들고 특별법을 제안했음에도 법안이 통과돼 안타깝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을 전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대중교통 정책의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수송분담률이 9%인 택시가 31%인 버스, 23%인 지하철‧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으로 묶이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택시법에 반대해 전면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던 버스업계와는 벌써부터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항만‧여객선 업체의 반발 가능성도 높다. 특히 연간 1조9000억원의 지원금이 부담이다.
올해 예산안에서 국방 예산이 원안에 비해 2898억원 삭감된 것에 비해 "북한 장사정포 기지 대항 시스템은 5000억원이면 구축가능한데 택시법 지원이 이보다 시급한 일인가"라는 문제제기도 터져나왔다.
문제는 택시법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됐으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라는 점. 내용상으로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타당하나 임기말에 입법부와 괜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새 정부와의 마찰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해서 택시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임기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갑갑한 상황"이라며 "전문가 등을 비롯해 각계 의견을 듣고 여론 추이를 보고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택시법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기 대통령이 공포하면 6개월 후보터 시행된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이의를 달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