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비대위원장 선출을 놓고 잡음을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당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에는 누구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할 것이냐를 두고 당내 계파별로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였다면, 지금은 당이 중도 아니면 진보로 가야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을 하자던 민주당이 느닷없이 우클릭이냐, 좌클릭이냐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1일 예산안을 처리할 때 불거졌다. 민주당은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원안대로 처리하자던 새누리당의 요구를 들어줬지만 지난달 31일 자정이 다 되어서야 일부 의원들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고 새벽 내내 마라톤 의원총회와 협상이 이어지며 국회는 헌정 사상 최초로 예산안을 해를 넘겨 처리하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반발했던 의원들의 주장은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법을 비롯한 제주해군기지 등에 대해 민주당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 패배했지만 야당으로서의 대립각과 정책 선명성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중도를 끌어안지 못했던 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었던 만큼 좌클릭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흡사 지난 2011년 한·미 FTA 처리 때, 협상파와 강경파가 논쟁을 벌이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당시에는 온건·협상파들이 좌클릭이라는 정책 노선에 밀려 기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면 지금은 대선 패배로 인해 주류와 비주류, 어느 계파를 막론하고 비대위원장 선출과 맞물려 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것이 분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단 것이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2일 당 시무식에서 "사심과 사욕이 득실거리고 이것이 제거되지 않으면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대선 패배의 원인은) 개인적인 욕심이 컸다. 의원들과 지도부가 선당후사하자고 했는데 과연 선당후사했느냐. 사심후당 아니었냐"고 지적했다.
각 계파별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추대로 비대위원장을 모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