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서, 인수위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은 각 언론사에서 파견된 취재진들로 북적대고 있다.
금융연수원은 인수위원들이 있는 본관과, 취재진이 있는 별관으로 구분돼 있는데 건물자체가 아예 달라 본관 취재진 진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별관 2층에는 기자회견장을 비롯 총 3개의 브리핑룸에 약 400여명의 취재진이 고립(?)돼 있다. 기자회견장만 해도 약 150여명의 취재진이 40평도 안되는 공간에 촘촘히 붙어 있다. "닭장에 가둬져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취재진의 본관 출입은 아예 '원천 봉쇄'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 측은 정해진 시간에 정제된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만 그날의 회의 내용과 인수위 추진상황에 대해 알리고 있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과 궁금증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는 등 사실상 추가적인 질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인수위 내부에서 진행된 워크숍과 관련,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윤창중 대변인은 "기삿거리는 없다. 공개할 만한 영양가는 없다"는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기사가치를 기자가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취재진의 항의에 대해서도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변인이 판단한다. 없는 것을 계속 길게 브리핑하면 뭐하나"라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취재진을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측은 사실상 대변인 브리핑만 진실이며, 이외 다른 어떤 내용도 공식입장이 아니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수위원은 물론, 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에게도 '입조심' 할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인수위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누설할 경우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리겠다는 으름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전체회의에서 "재직 기간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비밀을 대통령직 인수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준수되지 않을 경우 위원회의 모든 구성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계 법령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취임일성으로 '철통 보안'을 강조했다.
이른바 '밀봉 인사'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인수위원 임명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을 강조해 왔던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향후 인수위에서 논의될 각종 정책들과 제도적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일단은 '함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처음으로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수위 내부에서 논의된 설익은 정책과,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가지 않도록 재차 내부 위원들의 '입단속'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박 당선인이 인수위 활동 자체를 대외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박 당선인의 신중한 성격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당선인 스스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선 그 어떤 통로를 통해서든 미리 알려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선인의 이 같은 신중함이 자칫 의도하지 않게 '불통' 이미지를 더 쌓을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가 어떤 결정이 내리기까지 중요한 것은 그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상당히 중요한데 인수위 측은 이런 과정이 공개되길 극도로 꺼리고 있다. 대부분 준비된 발표문이나 발언만 낭독한 뒤에 추가적인 질문을 받지 않고 도망치듯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인수위가 보였던 이 같은 일련의 '일방통행식', '묻지마식' 전달체계 만으로는 취재진의 궁금증을 확실히 해소하기 어렵고, 이는 인수위 측이 원치 않는 추측성 기사를 양산할 가능성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가 향후 현실적으로 인수위원과 취재진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막더라도, 대변인 외 각 분과별 간사 등 별도의 소통 창구를 열거나 공식 브리핑 이후 추가적인 질의응답 과정에서 보다 성실히 임하는 등 언론 통로에 대해 재고(再考)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논의과정에서 사실상 확정된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선 언론에 분과 간사단이 공개 브리핑 하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위가 본격화된지 불과 이틀도 되지 않아, "이 많은 취재진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 "언론 통제를 위해 기자회견장을 만들었냐"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