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실장 "종교인 과세, 확정되지 않았다"
"종교단체 법인세 과세, 사실상 어려워"
올해 초 세법 시행령 개정작업을 통해 추진이 유력해 보였던 '종교인 과세' 문제가 흔들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과 최근 급부상한 공평과세 기조와 맞물려 과세가 상당히 유력한 상태였으나, 구체적인 과세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종교단체와의 여전히 협의를 진행하는 등 정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백운찬 세제실장은 8일 기자브리핑을 열고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물린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달 발표될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될지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했다.
당초 재정부는 소득세 과표 정상화, 금융소득 과세, 종교인 과세를 이른바 소득세 분야 3대 핵심입법 사항으로 추진했으나, 소득세 과표문제의 경우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측면을 고려해 세법개정안에 따로 넣지 않았다.
금융소득 분야 과세는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당초 정부안보다 한층 강화된 방안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슈가 바로 종교인 과세 문제인데, 이는 지난해 초 박재완 장관이 이른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국민 모두 소득에 맞게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내야한다) 원칙에 따라 종교인도 소득세 부과대상에서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대형교회나 사찰 등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목회자, 승려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세를 과세해 공평과세 기조를 이어가자는 것이 핵심이었으나, 정부의 정책추진은 곧바로 종교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종교계는 여론의 강한 압박에 밀려 예전처럼 '신성한 업무', '봉사'여서 과세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반대논리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과세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정부와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부도 화답, 작년 중반부터 종교단체 관계자들과 협의를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의를 통해 종교인 과세 밑그림이 어느 정도 결정됐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부와 종교계의 법안 협의 추진상황은 상당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실장은 "종교단체에 따라 소득 자체가 어떤 소득인지,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을 좀 더 협의해야 한다"며 "작년에 몇 번 종교인들과 협의를 가졌지만, 아직은 (최종 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과세추진 의사를 밝힌 지 1년이 다된 시점임에도 여전히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할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할지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과세의 기본이 되는 소득성격 조차 결론짓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만 재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작업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정부가 종교인 과세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백 실장은 "(종교인 과세에)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세여부, 방법 등을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 실장은 실질적인 세수효과를 고려할 때 영리활동을 하는 종교단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종교단체는 기본적으로 비영리단체"라며 "일정부분 수익이 생기더라도 종교 등의 목적에 사용하면 다른 비영리법인과 마찬가지로 비과세 된다"고 답변, 사실상 과세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