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금융인사 배제…홀대냐 코드 맞추기냐
새정부 금융정책 코드는 '금융산업' 아닌 '금융소비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금융권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배제되고, 업무보고대상에서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빠지게 되자 새정부의 금융정책 코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권에 대한 '홀대론'를 제기하는가 하면 금융정책의 코드 자체가 금융산업 보다는 금융소비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부처 업무보고 일정에서 한은과 금감원이 빠진데 대해 "보고 받을 필요가 없어서 뺐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백브리핑에서도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박근혜 당선자가 주요 금융정책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서민금융과 가계부채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을 맡고 있는 한은과 금융감독을 책임지는 금감원이 업무보고대상에서 빠진 것은 의외다.
한은과 금감원은 정부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보고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대 정권에서도 공식 업무보고대상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어도 수시로 업무 보고를 해 왔다는 점에서 이들 기관과 일정한 선 긋기를 하는 듯한 인수위의 태도는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도 업무보고 대상에 빠졌지만 추후 인수위의 요구에 따라 보고를 한 전례가 있다"며 당혹속에서도 기대감을 숨지기 않았다.
업무대상에 포함된 금융위원회 조차 인수위 파견자로 4명을 추천했지만 정은보 사무처장 1명만 뽑히게 되자 이른바 초상집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이명박 인수위 때는 현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간사를 맡고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주열 부총재보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고, 금감원은 김윤창 전 부국장이 실무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새정부의 금융정책 입안을 도왔다.
이외에도 최중경 재경부 세계은행 상임이사, 김주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2국장, 윤증현 전 금감원장,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 최상목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등 다수의 금융 전문가들이 포진했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에는 정은보 금융위 사무처장과 은성수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등을 제외하면 뚜렷한 금융 전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이다.
앞서 금감원은 8일 올해 감독방향과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넣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며, 저성장·저금리 및 가계 부채에 대응한 예방적 검사를 늘린다고 밝히며 박 당선자의 공약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매입하고 프리워크 아웃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연일 박 당선자와 정책에 코드를 맞춘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인수위가 금감원의 정책협조 시그널에도 선 긋기에 나선데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도 상당히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은 또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부에서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분리하자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을 추진한 후 인수위에 대거 포진해 속수무책으로 조직의 명운과 관련해 속앓이를 했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인수위에서 배제되며 향후 새정부가 추진하게 될 금융 감독 개편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노심초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저축은행 부실 사태, 키코(환율 연동 파생 상품)의 대량 손실이 발생하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 받은 곳이 바로 금감원이었기에 불안감은 배가되는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박 당선자가 추진하는 서민금융과 가계부채 해결,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에 대한 금융정책을 새로운 틀에서 고민하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원죄'가 있는 금융기관들이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당선자가 금융정책에 맞춘 포커스는 '금융산업'이 아닌 '금융소비자'이기 때문.
박 당선인이 내걸었던 공약을 보면 가계부채 문제에 역점을 두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 당선인은 구체적으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구상은 밝히지 않았지만 대부업 자율규제기구를 지정해 금감원 업무를 분담하고, 금융위 내 대출소비자 보호 관련 한시기구를 설치하는 등 기존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인수위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금융기관들은 새정부의 의중에 대한 궁금증에 앞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